만만한 건 '주주 삥 뜯기'

입력 2007-03-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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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자본잠식기업 주주대상 대규모 유상증자…높은 할인율로 '유혹'

지난해 실적이 크게 부진했거나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들이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현 주가보다 싼 가격에 증자 발행가를 결정했다는 것이 공통점. 주주들 입장에서는 증자에 참여할 경우, 그만큼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값이 싸다고 무작정 덤볐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증자대금을 설비투자 등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대규모 유상증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들 기업은 증자로 조달되는 돈을 대부분 회사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주들 돈을 긁어모아 사무실 운영에 쓴다는 곱지 않는 시선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현 주가보다 싼 가격으로 주식을 대규모로 발행하는 탓에 향후 증시 침체기와 맞물릴 경우 적잖은 물량부담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힌 곳은 도움, KDN스마텍, 삼아알미늄 등 세곳이다.

휴대폰케이스업체 도움은 기존발행주식 대비 48.7%에 해당하는 294만7994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청약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신주발행가격은 이론권리락대비 30% 할인된 5310원. 전날(6일) 종가대비로는 40%나 싼 가격이다.

이론권리락 대비 할인율이란, 유상증자를 받을 권리가 없는 상태의 주가를 이론적으로 구해 이를 기준가로 일정비율을 할인하는 것을 말한다.

도움은 이번 증자로 조달될 자금(157억원) 중 51%(8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4.3%, 49.5% 급감했다.

스마트카드업체 KDN스마텍도 주주배정 방식으로 1000만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 규모는 기존 발행주식(349만590주)보다 두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신주발행가격은 920원으로 이론권리락대비 30% 할인율이 적용됐다. KDN스마텍은 증자로 조달될 자금(92억원) 중 71%(66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현재 자본잠식률이 61.8%에 달해 다음달 3일을 기준일로 8대1 감자로 실시할 예정이다.

알루미늄 관련 제품을 만드는 삼아알미늄 역시 기존 발행주식(66만9777주)대비 59.4%에 이르는 41만223주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키로 했다. 신주발행가격의 이론권리락대비 할인율은 25%. 이 회사는 증자대금 62억원 전액을 운영자금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증자로 부족한 유통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영자금에 전액 쓰일 증자가 향후 기업가치에 어떠한 영향으로 줄 지는 미지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43억원, 순손실 80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에프와이디는 기존 발행주식(5199만6959주)의 50%에 이르는 2599만8480주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 신주발행가격은 이론권리락대비 25% 할인율이 적용된 650원. 에프와이디 역시 증자대금(169억원) 중 대부분인 168억원을 운영자금으로만 쓸 예정이다.

에프와이디는 지난해 순손실 162억원을 기록한데다 자본잠식이 89%에 달해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 이 때문에 최근 20대1 감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최근 일진그룹 계열 창투사가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최대주주에 오른 상황이어서 이번 유상증자 결과가 주목된다.

큐앤에스 역시 기존발행주식(1849만560주)의 43%에 달하는 80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청약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 신주발행가는 960원으로 이론권리락대비 30% 할인율이 적용됐다. 증자로 조달될 자금(76억8000만원)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34억원, 순손실 35억원으로 적자폭이 두배 이상 확대됐으며, 올해 1월에도 운영자금 조달 명목으로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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