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국책은행의 패자부활전

입력 2015-08-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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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은행팀장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패자부활전이 시작됐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주인찾기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털기로 국책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다. 수출입은행은 중소형 조선소 부실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성동조선해양을 필두로 구조조정 시장의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달사이 국책은행,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놓고 시장에선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부실기업 처리 과정에서 구조조정 체면을 구긴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STX팬오션을 하림으로 매각했지만 갖가지 뒷말을 남겼다. 또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김준기 회장의 마찰로 매끄럽지 못한 아마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금호산업 주인찾기에 나섰지만 솔로몬이 살아와도 풀기 어려워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팔려는 채권단과 사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사이에서 뚜렷한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열린 금호산업 채권단 회의에서 박삼구에게 제시할 금호산업 경영권(지분 50%+1주) 매각 가격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채권금융회사별로 제시한 가격이 최저 6503억원에서 최고 8660억원으로 2000억원 이상 벌어졌다. 이날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의견 대립을 보인 두 채권단의 지분율이 거의 비슷해 합의가 안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협상을 주도해야 할 산업은행은 방관자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은 채권단 전체의견이 아니며 미래에셋에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협상 실패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산업은행이 피하겠다는 속내가 직간접적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측의 협상에서 이렇다 할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협상의 묘미는 밀고 당기기인데 채권단이 스스로 매각가격 조차 정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채권은행과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의 역할론이 아쉬운 대목이다. 금호산업 구조조정은 신속한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요동치는 중국경제 등 주식시장의 악재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매각 타이밍을 놓치면 금호산업 주가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지 지속되면 채권단까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현재 수출입은행 역시 산업은행과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유력한 후보자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이 상황 인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덕훈 행장은 이번주 내로 업체 선정을 끝내겠다는 공언했지만 삼성중공업은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수출입은행은 시장 강자인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에 보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은 시중은행 몫까지 수출입은행이 지원을 떠안은 대표적인 사례로 시장에선 이덕훈 행장의 경영 판단에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국채은행의 기업금융 영역을 은행의 특성에 맞게 재정비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기업ㆍ중견기업ㆍ중소기업 구분없이 집행돼 온 여신 기관 역할을 기관 특성에 맞게 '선택과 집중' 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책금융기관의 기업금융 역할론의 대수술을 통해 국책은행의 패자부활전은 지원하겠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안철우 기자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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