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인간을 위한 기업가정신과 자카르타 선언

입력 2015-08-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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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조지워싱턴대 초빙교수

기업가정신이란 OK정신이 있어야 한다. O는 Opportunity(기회), K는 Kairos(기회포착)를 말한다. 즉 기업가란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있어야 하며 기회가 오면 이것을 포착하여 놓치지 않고 사업으로 만들어가는 카이로스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OK정신의 결과이다. 이들이 만든 신화가 쌓여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1960년대엔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부들이 OK신화의 주인공이었다면, 70년대는 뜨거운 중동에서의 건설기술자, 80년대는 세상의 틈새시장을 찾아 헤맨 종합상사맨들이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90년대 이후는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여 대한민국 성장동력이 되었다. 한국경제는 바로 충만한 OK기업가정신이 만들어낸 신화였다.

그 결과 1960년대 가나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렇게 태동한 340여만개의 우리 기업들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시대를 혁신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만드는 변화의 동력이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경제성장에의 공헌이라는 기업가정신의 순기능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3심에 갇힌 기업가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그것이다. 이기적 기업가의 3심이란 ‘욕심, 의심, 변심’이다. 돈에 대한 욕심이 많고, 의심이 많아 능력있는 후계자 양성이 어렵고, 변심이 많아 후계자들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월가점령(the Occupy Wall Street movement)과 같은 운동까지 가지 않더라도 3심에 빠진 이기적 기업가들을 보면서 과연 기업은 개인을 위한 것인지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13일 세계중소기업학회의 아세안회원들이 모여 내놓은 ‘인간적 기업가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에 대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선언은 큰 의미가 있다. 아세안회원들은 보다 따뜻한 사회를 위한 기업가정신을 정립해보고자 하였다. 기업가정신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개인을 위한 기업가정신이 1.0, 기업을 위한 기업가정신이 2.0이었다면, 사회를 위한 기업가정신은 3.0이라 할수 있다. 자카르타선언에서는 인간적 기업가정신을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가 따뜻해지는 기업가정신 3.0의 모멘텀을 만들어 주었다.

자카르타 선언의 핵심 가치는 사람을 위한 기업가정신을 정립해보는 것이다. 기업의 3대 경영자원은 사람, 돈, 기술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적자원, 즉 사람이다. 사람은 흥이 나면 무한한 능력을 발휘한다. 흥이 있는 기업일수록 기업 성과가 좋은 이유이다. 기업가정신 3.0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OBF(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기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인간적 기업가는 직원을 어떻게 흥나게 해줄까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직원들이 친절해지기 시작하고, 고객이 웃기 시작하고, 지역사회가 그 기업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지역친화형 기업이 된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인간적 기업가정신이다. 이 정신이 모든 생태계 단위에서 일어나면 인간적 기업가정신의 생태계(Humane Entrepreneurship Ecosystem)가 만들어진다.

자카르타 선언은 인간적 사이클(Humane Cycle)과 기업 사이클(Enterprise Cycle)을 좌우에 두고 각각 5E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인간적 사이클은 직원과 생태계를 신나게 하는 정신들의 사이클이고, 기업 사이클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정신의 사이클이다. 인간적 사이클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직원들과 꿈을 공유하고 권한을 배분하여 창조적 역할을 가능케 하는 Empowerment(권한배분정신), 청지기정신을 가진 Ethics(윤리정신), 개방과 평등사고로 협업을 만들어가는 Equality(평등정신), 직원을 신나게 하고 흥나게 하는 Engagement(흥관리정신), 생태계와 상생 발전하는 Ecosystem(생태계정신)의 5E를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기업 사이클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기업가가 큰 꿈과 비전을 가지고 선행적 투자를 만들어가는 Envisioning(비전세우기), 도전과 끈기를 지켜주는 Enthusiasm(열정), 끊임없이 창의적 사고로 개선을 추구하는 Enlightenment(창의적 사고), 신시장 기회 추구를 위한 Experimentation(모험적 사고),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실행하여 경쟁우위를 지켜가는 Excellence(실행우위)의 5E를 실천해가야 한다.

결국 인간적 기업가정신이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서 사람이 중심이 되어 신나게 몰입하고 협업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정신이다.

어제 태풍이 지나간 후 서울의 아침은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또한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준전시의 지난주를 겪고 난 이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도 기업가들도 인간을 위한 기업, 인간을 위한 기업가정신을 생각하면서 따뜻한 대한민국 경제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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