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천의 초점] 태릉선수촌과 태릉·강릉, 공존의 길 모색해야

입력 2015-08-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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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천 문화부 기자

브라질에서 펼쳐지는 세계인의 축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에서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자리 잡은 태릉선수촌이다.

1966년 6월 세워진 태릉선수촌은 그동안 수많은 국가대표가 거쳐가며 234개의 올림픽 메달을 품에 안았다. 지금도 리우 올림픽을 위해 300명이 넘는 국가대표와 예비 국가대표 선수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더는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의 힘찬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태릉선수촌 철거와 보존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50년 가까이 한국 체육의 역사와 함께한 태릉선수촌이지만, 조선왕릉인 태릉과 강릉 사이에 있어 문화유산을 훼손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태릉은 중종의 두 번째 계비이자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 윤씨의 묘다. 8년 동안 명종 대신 수렴청정했던 문정왕후는 1565년 태릉에 안장됐다. 그 옆, 강릉에는 명종과 인순왕후가 나란히 묻혔다. 태릉선수촌은 그 사이에서 모자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다.

분명 소중한 문화유산인 태릉과 강릉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태릉선수촌이 간직한 역사적 가치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태릉선수촌 보존을 체육계의 욕심으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2007년 사라진 동대문 운동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근현대 체육사를 함께한 태릉선수촌의 모습이 글과 사진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태릉선수촌 보존을 원하는 체육계 일부는 선수촌의 흔적이라도 남기길 바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태릉선수촌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고, 일부 시설에 대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등록문화재 등록을 문화재청에 신청해 체육계에 힘을 실어줬다. 운동장과 승리관, 월계관, 챔피언 하우스, 행정동, 개선관, 올림픽의 집, 영광의 집 등 8곳이 대상이다. 등록문화재는 국보·보물·사적 등 기존 지정문화재가 아닌 근현대사 유산 중 보존과 활용을 위해 특별한 조치가 인정되는 문화재를 말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길지만은 않다. 조선왕릉이 2009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태릉과 강릉의 원형 복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유네스코에 태릉선수촌 철거에 관한 공식적인 문서를 제출했다. 계획대로라면 국유재산 사용 허가가 종료되는 2016년 8월 31일 이후 철거가 진행되어야 한다. 국가적인 약속인 만큼 왕릉의 원형 복원은 피할 수 없더라도 범위와 방법은 생각해 볼 문제다. 태릉과 강릉, 태릉선수촌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차례다.

한편, 태릉선수촌의 역사적 가치가 인정돼 흔적이 보존돼도 훈련시설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인 진천선수촌은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진천선수촌은 충북 진천 무이산 자락에 있어 서울에 자리 잡은 태릉선수촌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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