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피의자 수상한 행적…영장에서 낱낱이 드러나

입력 2015-07-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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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대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 사이다' 피의자 박모(82)씨가 사건 전후에 보인 행적이 경찰 조사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또 경찰은 지금껏 알려진 내용 외에 박씨 범행을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지난 18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내용에 모두 담겨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한 뒤 1주일 동안 다각도로 수사에 나서 박씨가 보인 수상한 행동, 범행 동기를 추론할 만한 내용 등을 광범위하게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북 상주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박씨는 사건 발생(14일) 바로 전날인 지난 13일 마을회관에서 피해할머니들과 어울려 소액을 건 화투를 하다 이중 1명과 다퉜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다음 날 오후 2시를 앞뒤로 박씨와 피해할머니 6명은 마을회관에 모두 다시 모였다.

이날 피의자 박씨는 오후 1시 9분께 집밖을 나와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마을회관 우회도로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 길을 따라 마을회관에 도착하려면 전날 자신과 다퉜던 피해 할머니 집을 지나게 된다.

경찰은 박씨가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 전 자신과 다퉜던 할머니 집안 상황을 살펴봤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후 2시 43분께 박씨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이 마을회관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 마셨고 연이어 그 자리에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신모(65) 할머니만 자리에서 일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문밖으로 나왔다.

박 할머니도 신씨를 뒤쫓아 문밖으로 나왔고 마침 마을회관으로 들어오던 또 다른 박모(63·여)씨가 이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신고자 박씨는 남편인 마을 이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려 집으로 다시 갔다.

이후 경찰이 당시 출동한 구급차 블랙박스 등을 분석한 결과 피의자 박 할머니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밖으로 나온 신씨는 마을회관 옆 가건물과 피의자 박씨가 평소 타고 다닌 전동스쿠터를 세워둔 사이 공간에 쓰러졌다. 처음 온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장소다.

하지만 바깥에 홀로 남은 박씨는 119구급차가 마을회관 진입로로 들어서는 순간 구급차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마을회관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또 3분쯤 지나 구급차가 쓰러진 신씨를 태우고 마을회관 입구를 빠져나갈 때에는 피의자 박씨가 회관 앞 계단에 걸터앉아 구급차 반대편쪽 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구급차가 왔으면 신씨가 쓰러진 곳과 추가 피해자 여부 등을 구급대원들에게 적극 알려야 하는데 피의자 박씨는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떠나기 전까지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50여분쯤 뒤 이장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나머지 할머니 5명 중 4명은 거실에서, 1명은 주방에서 토사물과 거품 등을 내뿜은 상태로 각각 쓰러져 있었다. 이장 신고로 출동한 구급차가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은 피의자 박씨가 직접 살충제 원액을 다뤘다는 유력 증거도 무더기로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박씨가 입었던 상·하의, 전동스쿠터 손잡이 등에서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성분이 똑같은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이를 두고 피의자 가족은 "피해 할머니들이 내뱉은 거품과 토사물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숨진 할머니 위액, 토사물 등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도 바지 주머니 안쪽, 바지 밑단, 상의 단추 부분 등으로 피의자 박씨나 가족들 주장처럼 토사물을 닦은 곳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들이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결과를 볼 때 피의자 박씨가 사이다에 탄 살충제 원액을 직접 다룬 것이 확실하다"며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한 결과 피의자는 과거 생활에서 겪은 어떤 일들 때문에 분노 등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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