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해양강국의 ‘명과 암’

입력 2015-07-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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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국 산업2팀 차장

얼마 전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1962년 한국이 IMO에 가입한 지 50여년 만에 국제 해양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양 대통령 자리에 한국인이 처음으로 선출된 것은 물론,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과 반기문 UN 사무총장 이후 세번째 UN 관련 기구의 수장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선출 과정을 되돌아보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1차 투표에서 덴마크 후보에 밀려 2위였던 임기택 후보가 2차부터 4차까지 덴마크와 접전을 펼치다 5차 투표에서 당선되는 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게다가 171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IMO는 선박 및 해운과 관련된 국제기준을 제정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관인 만큼 이번 성과는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준 계기가 됐다.

다만 여기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대외적으로는 ‘초일류 해양강국으로의 제2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됐다’라는 외침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을 조선·해운·항만 등 각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10대 해양 강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 분야는 2013년 수주액 기준 세계 1위(411억 달러), 해운은 미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을 제치고 5위(8300만t), 부산항은 컨테이너항만 물동량 기준 5위(1769만 TEU)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의 경우 ‘해양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업계 전체가 불황으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1, 2위 기업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으며, 3위 기업은 아예 다른 회사로 넘어간 상태다. 게다가 통상 2, 3분기는 해운업계의 성수기지만 선박 공급 과잉으로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해운업계의 회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발 금융 위기로 유로존 전체 시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세계 3위 프랑스 국적선사 CMA-CGM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산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국부펀드를 통해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수십조원 규모의 지원금’과 ‘제로에 가까운 대출금리’로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지원금과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생색만 내왔던 우리 정부가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IMO 사무총장 선출을 계기로 정부의 태도에 현실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30여년 해양 관련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임기택 사장에게도 국내 해운·조선업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임 사장이 지난 9일 IMO 차기 사무총장 당선 축하 리셉션에서 “한국의 해운·조선업계 역량과 IMO 국제무대의 역량이 윈윈해서 서로 빛이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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