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너지박막발전 ‘24분 만에 47% 대폭락’ 진상 밝혀져...부실기업이 빚은 자작극

입력 2015-06-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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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너지박막발전 주가 추이. WSJ

지난달 20일 홍콩증시에서 불과 24분 만에 주가가 47% 대폭락하며 시가총액 186억 달러(약 21조원)를 순식간에 잃은 하너지박막발전. 파묻힐 뻔한 대폭락의 미스터리가 베일을 벗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너지박막발전과 모회사인 하너지그룹의 전·현직 사원과 주거래 은행 관계자, 업계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회사의 성공과 몰락 과정을 조명하며 5월20일 대폭락의 내막을 공개했다. 드러난 내막을 요약하면 부실기업이 빚은 자작극이었다.

태양전지업체인 하너지박막발전의 기업가치는 지난 2년간 수십억 달러로 뛰어오르며 순식간에 홍콩증시의 스타종목으로 부상했다. 시총은 4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리허쥔 회장을 중국 최대의 갑부로 만들었다.

그러나 5월20일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당시 주가가 1시간도 안돼 47%나 폭락하면서 홍콩증권규제당국의 조사가 진행됐고, 지금까지 거래는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하너지박막발전의 모회사인 하너지그룹의 리 회장은 중국 정부가 국영 태양전지 업체 지원에 거액의 비용을 들이기로 하자 가볍고 구부리기 쉬운 ‘박막’이라는 태양광발전 기술에 도전한다. 박막은 일반적인 결정 실리콘형 패널에 비해 에너지 전환 효율이 열악해 보급이 쉽지 않다. 또한 하너지가 만든 태양전지 패널은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이에 하너지는 홍콩증시에 상장한 아폴로 솔라 에너지 테크놀로지에서 구입한 기기를 주로 사용해 태양전지 패널을 제조했다. 하너지는 아폴로의 주식을 꾸준히 취득, 지분율을 73%까지 늘려 회사 이름을 하너지박막으로 변경했다. 모회사를 지배하는 리 회장은 그 회사의 경영권도 차지했다.

하너지박막발전은 태양광 패널 제조기기를 모회사인 하너지그룹에 판매하고 하너지그룹은 그것으로 태양전지 패널을 제조했다. 즉, 모회사와 자회사가 서로 일감 몰아주기 형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셈이다.

중국의 대부분의 태양광 패널 업체와 달리 하너지그룹은 플라스틱의 표면에 여러 층의 빛 전기 발생 소재를 붙인 것을 쓴 박막에 모든 것을 걸었다. 박막 패널은 유리 기판의 결정 실리콘형 패널보다 가볍고 구부러지기 쉽다는 강점이 있었다. 그러나 결정 실리콘형 패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에너지 전환 효율이 낮은 박막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이하로, 하너지그룹은 그 중 극히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하너지그룹의 경영은 표면적으로는 순조로웠다. 자회사인 하너지박막발전의 매출은 2012년에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2013년에는 19%나 늘었다. 하너지박막발전의 주가 상승률은 홍콩증시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홍콩증시가 26%의 상승을 나타낸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이 회사 주가는 거의 3배로 뛰었다. 2012년에 하너지그룹은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와 손 잡았다. 하너지그룹은 가구의 전기요금을 반값으로 하겠다고 약속하고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영국의 이케아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2013년에는 실용화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제조하기 위해 세계 6곳에 사무실을 개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에는 가나, 일본 등의 나라에서 태양광 프로젝트와 충전소 건설 등에서 미국 테슬라와 제휴를 맺었다고 했다. 또한 차량용 태양광 패널을 개발키로 하고 영국 자동차 업체인 애스턴마틴 라곤다와의 제휴를 차례로 발표했다. 또한 하너지그룹의 제품이 조니 뎁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트랜센던스’에도 등장했다.

▲리허쥔 하너지그룹 회장. 사진=신화/뉴시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하너지그룹의 전 간부는 이케아와의 제휴는 매우 실망스럽게 끝났다고 WSJ에 말했다. 이케아가 특정 상품의 매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납품 업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아 하너지의 매출 호조로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2013년에 일어난 태양광 패널의 과잉 공급은 몇몇 업체를 몰락시켰다. 하너지홀딩스는 경영난에 처한 미국의 신흥 박막제조업체 3곳을 인수했으나 그 기업의 기술에 근거한 패널을 대량 생산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인수 업체들의 패널 성능은 하너지홀딩스보다 뛰어났다.

또한 해외에서 시도한 태양광 패널 프로젝트는 하너지홀딩스가 만든 패널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 부실하거나 혹은 계약을 맺기 위한 자금 부족으로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하너지홀딩스는 자금난에도 직면했다. 중국국가개발은행(CDB)의 하너지홀딩스에 대한 여신 한도에 정통한 취재원에 따르면 CDB는 하너지의 사업 계획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평가, 이 회사가 태양전지 패널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2013년과 2014년에 이뤄진 대출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당시 하너지는 자금난에 대해 태양전지 패널의 과잉 공급이 원인이라며 업계 전망을 낙관했다고 한다.

2013년이 되어서도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자 리 회장은 진안차오 수력발전소 프로젝트로부터의 매출액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자신이 소유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여러 기업을 통해 구입한 자회사 하너지박막발전의 주식도 담보로 제공했다. 규제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그 후 2년 간 적어도 다섯 차례 이를 반복했다. 그는 네 차례의 대출을 받고 그때마다 하너지박막발전의 주식을 구입했다. 홍콩 규제 당국에 제출된 2013년 보고서에는 리 회장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적혔다.

하너지그룹에 하너지박막발전은 효자처럼 보였다. 매출액은 2014년에 전월 대비 거의 3배인 96억 홍콩 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회사인 하너지그룹 이외에 제품 구매처는 거의 없고 하너지그룹의 대금 지급도 지연되기 일쑤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시점에 고객의 미납금은 97억5000만 홍콩 달러로 되어 있다. 하너지그룹에 의한 구입하너지박막발전의 2014년 매출액의 62%를 차지했다.

2014년 11월부터 홍콩과 상하이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시행되자마자 하너지박막발전의 거래량은 급증했다. 회사 주식은 대폭락이 일어나기 전까지 4배 이상 뛰었다. 규제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리 회장은 5월20일 대폭락 직전까지 하너지박막발전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팔자’ 주문이 쇄도하고 1초도 안돼 가격을 폭락시킨 것이 거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누가 그 거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추정만 있을 뿐이다.

주가 대폭락 며칠 뒤 리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하너지박막이 규제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지만 그 몇 시간 후 홍콩증권거래위원회가 조사 사실을 인정했다.

하너지그룹과 이케아 간 제휴는 오는 7월로 만료되지만 이케아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테슬라는 하너지그룹과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애스턴마틴과의 제휴는 제한적인 것이었으며, 하너지박막발전이 하너지그룹과 체결한 5억8500만 달러의 기기 및 기술 서비스 제공 계약은 이달 종료된다.

WSJ는 불과 3개월 전, 회사 전직원을 위해 성대한 파티를 열고 다트 게임 경품으로 독일 명차인 메르세데스 벤츠를 내걸 정도로 화려했던 하너지의 몰락은 중국의 일부 기업에 여전히 불투명한 요소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견지명이 있는 기업가는 거부를 거머쥐지만 기업정보 공개가 불충분한 종목에 대한 투자는 나중에 큰 고통을 수반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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