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이상현,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입력 2015-06-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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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의 경험, 休를 찾는 공간

“참 편안하고 좋다.” 도심지의 어느 카페에서 이런 탄성을 나지막하게 흘릴 때가 있다. “어쩌면 저렇게 멋지게 지었을까”라는 감탄사를 나오게 만드는 건물을 만날 때도 있다. 도회지에서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인데, 이런 것도 아는 것만큼 보인다. 그냥 무심코 넘기면 근사한 공간이 주는 안락함, 아름다움 그리고 창조성을 놓칠 수 있다.

특별한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간에 대한 미적이고 실용적인 이해를 돕는 책이 이상현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프런티어)이다. 사람은 시간이든 일이든 공간이든 일정한 통제감을 가질 수 있을 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시골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다락방에서 누렸던 안락감을 떠올려 보면 된다. 그곳은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제이자 제목인 ‘라운징(Lounging)’은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여 몸과 마음을 가볍게 쉬는 것”을 말한다. 저자 서문의 끝자락 몇 문장이 이 책의 성격을 짐작하게 도와준다. “다락방은 의외로 많은 곳에 있었다. 주위에 있지만 우리가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쉼터 같은 은밀한 공간들. 이제부터 나는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둔 그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1870년 프랑스 파리 로그랑호텔에 모인 부르주아들, 1931년 화신백화점의 커피숍에 모인 여유 있는 사람들, 2015년 서울 청담동 카페에 머무는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은 ‘라운징’하는 사람들이며 이런 공간을 ‘라운징 공간’이라 부를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일상의 분주함을 벗어나서 잠시 동안이나마 ‘다른 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끽하고 있다.

오늘날 아름다운 카페들이 골목마다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멋진 설명을 더한다. “이런 제3의 공간에서 현대인을 피곤하게 느끼게 하는 요인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공간들이 발견된다. 그곳에선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공간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나’가 되어볼 수도 있다.” 카페는 사람들이 정신적 피로를 씻으면서 적절한 만족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라운징’이 된다.

우리는 일과 휴식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대인들은 늘 분주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분주함 속에서 짬짬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 필요에서 라운징 공간들이 도심지 곳곳에 선을 보이게 된다. 이 책의 제1부가 ‘휴(休)를 위한 공간의 비밀’이란 이름으로 공간과 특별한 공간인 라운징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2부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라운징의 생생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심코 넘겼던 라운징 공간들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들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카페에서는 아래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2층 자리가 우리로 하여금 잠시 동안이나마 공간의 지배자가 된 듯한 느낌을 주는데, 여기서 라운징 공간의 혜택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저자는 아름다운 카페에서 느끼는 감정의 의미를 이렇게 평한다. “우리가 굳이 카페라는 공간을 찾아 시간을 보낼 때 얻게 되는 것은 공간의 부속물이 아닌 당당히 공간의 주인으로서 느끼게 되는 만족감이며 또한 부담 없고 자연스러운 시선 나눔을 통한 사람들의 온기다.”

대학교에서 이처럼 숨겨진 공간의 으뜸은 도서관에서 장서를 보관하는 서고다. 저자는 이곳이야말로 힐링 공간으로 으뜸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장소는 세상의 번잡함과 혼란스러움으로부터 잠시 동안 도피처를 제공하는 데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옛 도심지에 있는 성당 올라가는 길, 공항의 라운지, 박물관의 전시공간 등도 훌륭한 라운징 공간을 제공한다.

일반인에게 공간의 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책이다. 저자의 글솜씨가 단아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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