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품격] 차두리에서 이승엽으로, 스포츠 스타 나이의 벽을 허물다

입력 2015-06-12 10:15 수정 2015-06-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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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개인 통산 400홈런 대기록을 달성한 이승엽이 지난 3일 오후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등번호 대신 별명과 숫자 400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다.연합뉴스

서른 다섯 노장의 질주에 시선이 집중됐다. 나이를 잊은 듯 폭풍 같은 70m 드리블은 두 명의 수비수를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손흥민(23ㆍ레버쿠젠)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노장은 바로 차두리(35ㆍ서울)다. 그는 올해 초 한국 스포츠사에 큰 울림을 남기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차범근의 아들’로 시작해 ‘차두리’로 국가대표 인생을 마쳤다. 비록 아버지 차범근은 넘지 못했지만, 2002년 한ㆍ일 FIFA 월드컵의 마지막 ‘태극전사’로서 ‘노장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차두리로 시작된 노장의 거친 울림은 ‘국민타자’ 이승엽(40ㆍ삼성)에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불혹의 나이에 개인 통산 4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은 아직도 펄펄 나는 노장이다. 이승엽은 팀의 주축 선수로서 타율, 홈런, 타점 등 타격 전 분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삼성의 통합 5연패 달성에 힘을 싣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어쩌면 그라운드에 서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투혼엔 세월의 흔적이 없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불꽃 같은 투혼을 불사를 뿐이다. 최근 수년 사이 한국 스포츠계에 달라진 풍경이다.

불어 오른 배, 둔해 보이는 몸,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조차 불편해 보였던 ‘민폐 노장’은 이제 옛말이다. 체력은 물론 경기에 임하는 자세, 경기력까지 젊은 선수들에게 뒤질 것이 없다. 거기에 노련한 경기 운영이 더해져 위기와 찬스에 강하다.

올 시즌 한국 스포츠계는 ‘노장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야구엔 임창용(39ㆍ삼성), 이호준(39), 손민한(40ㆍ이상 NC 다이노스) 등이 나이에 굴하지 않는 투혼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하고 있다. K리그엔 이동국(36ㆍ전북), 김병지(45ㆍ전남)가 아직도 건재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노장 선수들이 나이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그라운드에 우뚝 설 수 있는 비결은 철저하게 검증된 실력 때문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레저스포츠학부 교수는 “프로 스포츠는 냉정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우월한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누구라도 자리 보존이 어렵다”며 “철저한 자기관리와 선진화된 트레이닝 및 웨이트 트레이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단합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큰 무대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노장 선수들은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쉽다.

최근에는 구단의 히스토리 메이킹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1980년대 출범한 국내 프로스포츠도 어느덧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충성도 높은 팬들도 크게 늘어서 노장 선수들의 강제 은퇴나 소홀한 대우는 팬들의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배영수(34ㆍ한화)가 원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삼성 팬들이 배영수의 삼성 귀환을 기원하는 광고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박성희 교수는 “자기 관리에 충실한 노장 선수들은 운동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안다. 구단 입장에서는 마케팅 기회로 삼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위기와 찬스에서 제 역할을 한다. 게다가 합리적 비용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고, 추후에는 코치 등 지도자로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히스토리 메이킹이 된다”며 노장 선수들의 활용 가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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