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O리뷰] ‘극비수사’, ‘살인의 추억’ 넘어선 수사극의 진화

입력 2015-06-10 09:24 수정 2015-06-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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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 메인 포스터(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극비수사’(제작 제이콘컴퍼니, 배급 쇼박스, 감독 곽경택)의 결말은 이미 공개됐다.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한 여자아이에 대한 유괴 사건은 33일 만에 극적인 생환으로 이어진다. 얼핏 뻔할 수 있는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당시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했던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의 존재 때문이다. ‘사주풀이로 유괴된 아이를 찾는다.’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은 역설적으로 가장 참신한 소재이며 극적인 설정이다.

영화는 한 아이의 유괴와 함께 시작된다.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애타게 기다려보지만, 범인은 일주일이 넘게 전화 한 통조차 없다. 아이의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하다는 점집을 수소문해 찾아다니게 되고, 김 도사에게 “보름째 되는 날 범인에게 연락이 올 것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김 도사의 예언은 극 전개에 윤활유 역을 톡톡히 한다. ‘공 형사의 사주라야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말로 책임감을 부여하는가 하면 ‘아이가 살아있다’ ‘공범이 있다’라는 말로 수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신에 불과한 것. 김 도사의 말을 믿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맞춰나가는 김 도사의 예언은 공 형사의 냉정함을 뒤흔들며 수사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극비수사' 스틸(사진제공=쇼박스)

곽경택 감독은 “당시 나는 신문에 보도된 대로, 경찰들이 사건을 해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범인을 잡았던 두 사람이 수십 년 동안 가려져 있었다. 두 분의 촉촉해진 눈동자를 보았을 때 ‘이걸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곽 감독의 말처럼 ‘극비수사’의 가장 큰 매력은 공 형사와 김 도사의 ‘진심’에 있다. 범인 검거와 사건 해결보다 유괴된 아이를 무사히 구해내고 싶다는 가장 인간적인 바람이 형사와 도사를 연결해주는 도구가 된다. 때문에 ‘극비수사’는 단순한 수사극에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을 고찰할 수 있게 하는 휴먼 드라마로 남는다. 한국 정서를 잘 반영했다는 점은 관객의 공감대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효과적인 시대 반영은 맛있는 양념이 된다. ‘극비수사’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75~80%를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그 결과 70년대 대한민국 거리부터 일반 가정집의 실내까지 완벽히 재현됐다. ‘친구2’ ‘부러진 화살’의 이은경 의상 실장은 “곽 감독이 시대 재현에 있어 가장 중요시한 것은 아이의 교복이었다. 당시 학생들의 사진 등 자료수집부터 제작까지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극비수사' 스틸(사진제공=쇼박스)

‘극비수사’는 유괴라는 단편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여느 영화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한국 수사극이 보여준 소재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호평을 기대케 한다. 수사극의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2003년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살인의 추억’이 한국 범죄물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면 ‘극비수사’는 한국 수사극의 다양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가장 극적이고, 결과를 알고 있지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아날로그 감성 속에서 보이는 김윤석과 유해진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소신을 지키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상영시간 107분, 15세이상관람가,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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