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전국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데 청와대와 여당,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대적으로 경고음을 내놓으면서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의 충돌로 비화됐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들은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친박계와 청와대를 향해 시국의 심각함을 강조하며 비판을 가했다.
이날 이재오 의원은 “최근 청와대가 하는 일들을 보면 정부가 생각이 있는 정부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며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메르스는 뒷전에 놔놓고 당청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 정부가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병국 의원 역시 “국회법 개정안이 문제가 있었다면,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지 유승민 원내대표 혼자의 책임인가”라고 반문하며 “최고위에서 책임공방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친박계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개정안 협상의 책임을 놓고 유 원내대표의 책임문제를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번 조항이 강제 지시 성격이 있다면 헌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게 아닌가 싶어 중대한 문제라 생각한다”며 “국가 근간을 흔드는 문제를 잘 몰라서 거기까지 이르렀다면 더 논의해서 바로잡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말이 다 옳지만 지금은 시국이 엄중한 때”라며 자제를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는 전날 “당정협의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분위기 하에서라면 당정이 국정현안을 놓고 조율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메르스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를 청와대에 요청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메르스 확산사태에도 당청 간 갈등이 커지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당내 쇄신파 모임인 ‘아침소리’는 “국민의 불안과 정치위기상황은 당의 단합과 더욱더 원활한 당청회의를 통해서 슬기롭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쟁을 중단하고 나설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청와대는 여당은 물론 야당과의 정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개정안에 거부권을 시사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고 평가한 데 대해 청와대는 이날 “말씀은 격이 있어야 울림이 있다”며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광폭행보에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때와 너무 같은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 이상 강건너 불구경 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싸우고 국회를 상대로 전쟁할 것이 아니라 메르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