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코피티션'의 시대를 맞아

입력 2015-05-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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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는 자그마치 2만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소재·부품업체들과의 협업 관계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수소차, 무인자동차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스마트카가 미래 자동차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경쟁 관계에 있던 완성차 업체들의 협업 사례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을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인 ‘코피티션’(coopetition)으로 부른다.

자동차 업계에서 코피티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경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일 기업 하나가 기계, 전기전자, 소재, 화학 등 필요한 모든 기술을 단독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전문업체로부터 빨리 사 오는 게 유리해졌다. 기술의 융복합화로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도 코피티션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인터넷 업체 구글이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무인자동차를 만들고, 2003년 창업한 무명의 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창업 10여년 만에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등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빠른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코피티션은 자동차 시장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요즘은 기술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 지출은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나는 반면, 정작 R&D 결과물인 신기술과 신제품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동 연구개발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개방적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찌감치 협업형 R&D를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1985년 결성된 범유럽 공동 R&D 네트워크 ‘유레카’(EUREKA)가 대표적이다.

40여개국이 모여 있는 유레카 네트워크는 철저하게 실용적이고 시장 지향적인 연구개발을 지향한다. 국제공동 R&D를 수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잠재적 해외시장 수요 확보가 가능하고, 향후 기술표준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참여기관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비유럽권 국가로는 최초로 준회원국 자격을 얻어 유럽과의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레카 외에 중소기업 전용 R&D 프로그램인 유로스타2, 호라이즌(Horizon)2020 등에도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코리아 유레카 데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연다. 우리나라와 유레카 회원국들과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레카 관계자들과 만나 관련 정보를 얻어가고, 1 대 1 매치메이킹을 통해 해외의 협력 파트너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꾸려진다. 올해도 ‘각종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혁신’(Global innovation for societal challenges)이라는 주제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예전에는 한국 기업들이 파트너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한국 파트너를 찾아오는 수요가 제법 많아졌다. 이번 행사에서도 한국과의 기술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돌아간 해외 산학연 연구자 수가 200여명에 이르렀고 1 대 1 매칭도 300건이 넘었다. 유레카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사 기술을 발표하고 매치메이킹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은 한국 측 기업인들 역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술력을 뽐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의 5년 생존율은 30.2%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 열 개 중 일곱 군데는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프랑스(51.4%)나 독일(39.8%)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이처럼 장수하는 기업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 오래가는 기업을 위해서는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다. 해외 산학연과의 글로벌 코피티션은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코리아 유레카 데이는 글로벌 코피티션의 문을 넓히는 계기였다. 앞으로 해외의 다양한 기술협력 파트너들과 손잡고 세계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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