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공무원이 ‘클로로포름’ 마취제 클릭, 구매해보니

입력 2015-05-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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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환경부 화학안전과 공무원 A씨는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뉴스 보셨어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 밑에 사무관 하나가 전해준 이야기가 화근이었다.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후배가 전해준 이야기는 ‘봉천동 여중생 모텔 살인사건’이었다. 김모씨가 모텔에서 조건만남으로 만난 여중생의 입을 ‘클로로포름’ 마취제를 묻힌 거즈로 막고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1kg 용량의 클로로포름을 구입했다고 했다.

A씨에게 이 사건은 특히 충격이었다. 딸을 둔 아빠로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칼을 빼들기로 마음먹었다.

클로로포름 같은 유해물질을 판매하는 업자는 환경부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취급허가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허가 업체의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15명의 팀 인력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허가받은 업체도 단속을 나가면 법 위반 사실에 대해 발뺌을 할 수 있기에 일단 증거를 모으기로 했다.

화학안전과의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클로로포름을 주문해보았다.

‘클릭, 클릭, 클릭, 클릭.’

인터넷에서 클로로포름 1병을 주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비회원으로도 구입을 시도했다. 역시나 성공이었다. 클로로포름을 팔 때 판매자는 반드시 인적 사항을 확인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간혹 주문 시 적은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해 판매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었다. 그런 곳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런 가운데 주문해 도착한 택배는 하루하루 쌓여갔다. 택배 포장에는 유해화학물질이라는 표시가 전혀 없었다. 일부는 ‘행사용’, ‘사은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화학물질관리법상에는 위험한 물질 운반 시 일반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일반 우편으로 보낼 수도 없다. 하지만 택배에 대한 규정은 없어 현장에서 보니 개선이 필요함을 느꼈다.

유해화학물질을 택배로 보낸 업체들을 찾아갔다. 클로로포름이 공업용으로 쓰이다보니 기자재 판매상들이 많았고, 종로에 밀집해 있었다.

수사권이 없어 자료를 요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상당수 업체는 단속이 실시되고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134개소 업체를 점검하고 25개소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해 고발(18건), 또는 과태료(7건) 처분했다.

단속 이후 클로로포름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사이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현재 판매하는 사이트도 개인판매를 제한한다는 팝업창을 띄웠다. 단속 과정에서 업계 스스로 판매를 중단하는 효과를 얻은 것이 가장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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