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빅이슈 판매원의 자필 편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입력 2015-05-15 08:27 수정 2015-05-15 08:2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태원 빅이슈 판매원의 자필 편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jxxxx' 트위터 캡처)

한 네티즌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태원 빅이슈 판매원의 자필 편지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지난 9일 네티즌 'jxxxx'는 전날 지하철 이태원역에서 산 빅이슈에 대해 언급하며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빅이슈는 1991년 영국의 친환경 기업인 더 보디숍의 창업자 아니타 로딕의 남편 고든 로딕이 홈리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창간했다.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 7월 5일 창간돼 많은 노숙인의 자활을 돕고 있다.

그는 "빅이슈를 한 권 샀는데 뜯어보니 이렇게 장문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약간 서툴지만 진심이 전해지는 한 편의 글과 아저씨가 오래 붙들고 되새기셨을 푸시킨의 격언을 읽고"라는 글과 함께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해당 편지 속에는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한 남성의 사연이 담겨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이 일을 하기까지의 마음가짐, 삶의 목표 등에 대해 언급했다. 말미엔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인용해 인생에 대해 회고했다.

다음은 이태원 빅이슈 판매원의 자필편지 내용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이태원역 4번 출구서 새롭게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게 된 빅이슈 판매원 인사드리며 독자분들을 봽게돼서 반갑습니다. 빅이슈(홈리스 자립잡지)란 매체를 통해서 독자분들을 알게돼서 약간이나마 서글픈 생각에 쓸쓸해집니다.

저는 초보 빅이슈 잡지 판매원이 아닙니다. 2여년이 넘도록 판매하며 지내는 사람입니다. 그 전에는 시청역서 육개월 정도 하다가 전에 다쳤던 다리 나사 제거 문제로 한 달 정도 쉬다가 이곳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2년 동안 빅이슈 판매원을 하면서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매입임대주택 입주해서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가장 큰 것일 듯 싶습니다. 올해 목표는 오른쪽눈 보기좋기 고치는 것 이었는데 다큐 3일에 빅이슈가 방영된 이후 빠르게 목표를 이룰듯도 해서 독자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스스로나 남들이 느끼기엔 아름답지만은 않은 일을 "왜? 2여년이 넘도록 하고있지?"라고 저에게 자주 묻고 있습니다. 창피함을 모르고 자존심이 없는 존재라서? 뜬구름 같은 자립(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이란 단어를 위해서? 돈벌이가 좋아서? 다른 일을 하기 싫은 게으른자라서? 제 마음은 독자분들과 짧은 소통 또한 저만에 길을 찾을려고 해서 하는 것이 큰 이유 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분들께선 이 잡지를 왜 살까?"하고 궁금도 합니다. 사람들은 인생에 긴여정 속에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저도 저만에 이야기를 갖고 있고 또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고아원 원가를 부르며 자라던 7여년의 고아원 이야기. 어린시절 사고로 한쪽눈을 실명해 이어지고 있는 삶. 미술가로 살고 싶었던 짧은 젊은 날과 IMF 이후 막노동일로 근근히 버텨온 17여년의 노숙생활. 그리고 2여년이 넘어가는 현재의 빅이슈 판매원 생활. 앞으로 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화가며 조각가이자 수필가로서의 삶까지도

추구하는 삶과 좌절하는 삶속에 과거의 불행을 밑거름으로 삼지 못하고 망각해버리는 인생이 될까 두려워 질때도 있습니다. 이곳 판매지서 언제까지 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저의 살아온 이야기를 독자님들께 수필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곳서 판매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상승률 1위 전선株, 올해만 최대 320%↑…“슈퍼사이클 5년 남았다”
  • '하이브' 엔터기업 최초 '대기업집단' 지정
  • 의대생 1학기 유급 미적용 검토…대학들 '특혜논란' 시비
  • [금융인사이트] 홍콩 ELS 분조위 결과에 혼란 가중... "그래서 내 배상비율은 얼마라구요?"
  • 옐런 “중국 관세, 미국 인플레에 영향 없다”
  • 15조 뭉칫돈 쏠린 ‘북미 펀드’…수익률도 14% ‘껑충’
  • 깜깜이 형사조정위원 선발…“합의 후 재고소” 등 부작용 우려도 [조정을 넘어 피해회복 '형사조정제도']
  • 베일 벗은 '삼식이 삼촌', 송강호 첫 드라마 도전에 '관심'
  • 오늘의 상승종목

  • 05.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6,820,000
    • +0.39%
    • 이더리움
    • 4,056,000
    • -0.39%
    • 비트코인 캐시
    • 599,000
    • -1.72%
    • 리플
    • 699
    • -1.55%
    • 솔라나
    • 201,200
    • -1.76%
    • 에이다
    • 604
    • -0.82%
    • 이오스
    • 1,050
    • -3.05%
    • 트론
    • 175
    • +0.57%
    • 스텔라루멘
    • 143
    • -1.3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2,750
    • -3.33%
    • 체인링크
    • 18,270
    • -2.97%
    • 샌드박스
    • 573
    • -1.0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