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이창래 작가 “노벨문학상 후보 거론 농담같지만 기쁘다” [인터뷰]

입력 2015-05-13 17:57 수정 2015-05-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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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에이치코리아 제공

한국계 미국 작가 소설가 이창래가 작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1995년 자신의 첫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을 새롭게 출간했다.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이창래 작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박철화 평론가도 함께 참석했다.

이창래 작가는 20년 만에 ‘영원한 이방인’을 새롭게 출간하게 된 것에 대해 “‘영원한 이방인’을 다시 소개해 기쁘다. 20년이 지났지만 나를 작가로서 생각해보게하는 작품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원한 이방인’은 이창래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1995년 출간 당시 그의 나이는 30세였다. 한국계 미국 신인 작가가 처음 선보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문단에서는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펜과 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해 6개 주요 문학상을 그에게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창래 작가는 작품을 쓸 당시와 현재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20년 전 내가 다룬 주제들이 현재 내가 갖고있는 걱정과 관심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동시에 언어의 힘과 영향력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데뷔 작가가 처녀작으로 쓰기에는 적합한 소재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봐도 유행을 쫓기보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 만족스럽고 기쁘다”고 답했다.

‘영원한 이방인’의 원제목은 ‘Native Speaker’다. 원주민, 원어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표현됐다. 생각해보면 두 단어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래 작가는 “‘Native Speaker’라는 뜻은 전통적이고 표준적인 언어 구사자를 지칭한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의 언어들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 제목이 적합하다. 하지만 ‘Native Speaker’라는 제목이 한국사회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투리가 존재하긴 하나 한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라며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원제목과는 다른 단어가 쓰였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Native Speaker’는 스스로가 느끼는 소외감을 강조하는 제목이다. ‘이방인’이라는 단어도 소외감, 거리감의 뜻을 내포하고 있기에 두 단어의 의미는 같다”고 답했다.

▲사진=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소설 ‘영원한 이방인’ 속 주인공 헨리 파크, 한국 이름 박병호는 이창래 작가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으며, 백인인 미국 여자와 결혼했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그럼에도 늘 문화적 대립 사이에서 혼란의 감정을 느껴왔다. 이창래 작가도 한국계 미국 작가로서 등단할 당시에는 그가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 강조됐었다. 그래서 그의 문학은 외국 문학적 목소리라고 여겨졌었다. 20년이 지난 그는 미국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는 “20년의 세월 동안 한국, 인도, 파키스탄 등등 다양한 국가의 출신 작가들이 영어로 작품을 쓰면서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젊은 한국작가들은 점점 미국작가로 여겨지는 경향이 생겼다”며 “이 현상은 기쁘다. 저보다는 이들에게 조금 더 많이 허용되고 작가계에서도 이들을 넓은 시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래 작가는 미국문학의 트렌드를 언급하며 “미국문학 트렌드에서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목소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미국문학은 풍부한 필드가 됐다”며 “위대한 점은 다양한 관점들이 그 문학을 바꿔가고 있다는 점이고 또한 이것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양함을 가지게 됐다는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창래 작가는 ‘영원한 이방인’을 비롯 ‘척하는 삶’, ‘생존자’, ‘가족’, ‘만조의 바다 위에서’ 등 총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쌓아올렸다. 이에 노벨 문학상 유력후보로 거론됐고, 노벨문학상 유력후보라는 말은 이창래 작가를 소개할 때 늘 따라다니는 말이됐다. 이에 대해 이창래 작가는 “노벨문학상 언급 자체가 다 농담처럼 느껴진다. 내 이름이 노벨문학상에 거론된 자체는 기쁘다. 어떻게보면 사람들이 내가 좋은 이유로 문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며 “추후 어떤 상황이던지 한국적인 면이 부각 된다면 기쁘고 자랑스러울 것 같다. 미국 작가지만 내 자신의 기반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으로 인식해 준다면 더욱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이창래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가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은 3년이지만 늘 그는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다. 그의 작품 5권에서도 모두 한국이라는 소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한국에 오는 것을 점점 즐기게 된다. 10일 입국해서 종로구청 쪽에서 머물고 있다. 그런데 시차적응이 잘 안돼 새벽 5시에 깼다. 먹을 것을 찾던 중 순대국을 먹었는데 택시운전사, 배달부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경험은 미국에서 느낄 수 없던 경험이었다”며 “그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바라보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기뻤다. 어떻게 보면 한국이 특별한 곳이고 이러한 경험들을 할 때면 잘 알지 못했던 먼 친적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구상하는 작품에 대해 “나는 항상 글을 쓰고 있다. 다음 작품은 동시대 얘기이며 아시아에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라며 “중국인 사업가를 따라서 아시아를 돌아다니는 얘기인데 한국 이야기도 약간 들어간다. 책에서 자본주의적 이슈를 다루면서 아시아, 태평양이 세계에서 어떻게 부각되고 있는지는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래 작가는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한 후 예일 대학교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분석가로 1년간 일하다가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5년 ‘영원한 이방인’으로 문단에 데뷔해 1999년 ‘척하는 삶’, 2004년 ‘가족’, 2010년 ‘생존자’, 2014년 ‘만조의 바다 위에서’ 등을 집필했다. 2002년부터는 프린스턴 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4년 연세대학교 석좌 교수로 임용됐다. 이번 판본 ‘영원한 이방인’은 지난 2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첫 작품이 작가의 삶에서 가졌던 의미와 애정을 담은 이창래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이 수록되며 국내 번역문학가로 손꼽히는 정영목 역자가 2003년 번역했던 원고를 10여 년 만에 전면 재번역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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