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갈등 공화국”, “불신 공화국”

입력 2015-05-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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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사건·사고 등 문제는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해결되기까지 오랜 기간 사회적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구간 공사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지율스님 등 일부 환경단체가 극력 반대하여 수차례 중단되었다. 대안 없는 일방적 주장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이 경부고속철 완공을 수년간 지연시켜 수천억원의 국민 부담만 늘렸다.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초등학생까지 데모에 나서는 등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두들 수입 쇠고기를 즐기고 있다. 이명박 정권 초기 국정은 그 일로 상당 기간 마비되었다.

천안함 폭침사건 시 누구의 소행이냐에 대해 국민 간에 불신과 갈등이 심했다. 일부 야당 정치인, 유명 지식인도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아직도 북한 소행이라는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안보문제에까지 진영논리로 국론이 분열되었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주민의 반대가 극심하였다.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해도 믿지 않는다. 그 사람들을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다.

작년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고 후 1년이 지났는데도 각종 시비로 진상 조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사고 수습과 사후처리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장기간 국정이 마비되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률 등의 심의도 국회에서 지연되었다.

이 밖에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용산 재개발 사건,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갈등이 심화된 사업들은 무수히 많다.

왜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심할까?

첫째, 동기가 불순한 외부세력이 개입하여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반정부 활동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천안함 폭침, 부안군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제주 강정마을 등에 참여하는 외부인사들을 보면 같은 인물들이 많다. 세월호 사건에 정권 퇴진 구호가 왜 나오는가?

둘째,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일제시대부터 군사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풍토가 조성되었다. 최근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도 믿지 않는다. 천안함 폭침사건, 광우병 쇠고기 수입사건, 밀양 송전탑 사건 등의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불신받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성 유무 같은 것은 과학의 영역이므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뢰하면 시비는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도 비전문가들의 선동에 현혹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끝으로 우리사회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이다. 예컨대 금번 세월호 선체 인양의 경우 사회 분위기상 반대 등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니 불신과 갈등이 남게 된다.

이제는 갈등공화국, 불신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양비론이 문제 해결을 지연시킨다. 국민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선동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세력에 대해 국민들이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나아가 이들을 비판해야 한다.

정부도 정책 결정 과정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정당한 비판은 수용하는 등 소통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의견이 허용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에 ‘신뢰’ 인프라가 축적되어야 한다. 그동안 경제발전 과정에서 도로, 철도 등 물적 인프라는 확충되었으나 ‘신뢰’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 시험 커닝, 허위 보고, 허위 공시, 무고 등 거짓말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신뢰’ 인프라 없이는 갈등공화국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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