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성완종 리스트’, 어디서 시작되었나?

입력 2015-04-1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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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치에는 돈이 든다. 사람을 모으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도 돈이고, 자신의 존재와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데에도 돈이다.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역시 선거다. 공식적인 선거비용 한도만 해도 지역구 기초의원선거가 4000만원 이상이 되고,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선거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된다. 대통령선거는 18대의 경우 559억원이었다.

이런 선거만 있는 게 아니다. 후보가 되기 위한 당내 경선도 있고 당대표 선거와 최고의원 선거 등도 있다. 하나같이 돈이 들어간다. 당대표 선거나 최고위원 선거만 해도 246개 지역구에 평균 100만원을 쓰면 2억5000만원, 300만원이면 7억5000만원이 된다. 대통령 후보 경선의 경우는 더 말할 게 없다. 그냥 상상이나 하자.

이 돈은 다 어디서 올까? 합법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즉 국고보조금과 후원금이다. 먼저 국고보조금은 선거비용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른바 선거공영제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공식적인 선거비용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이면 그 반을 국가가 보전해 준다.

또 하나, 후원회를 통해 조달할 수 있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예비후보 그리고 당대표선거 주자들은 1억5000만원까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선거비용 한도의 50%까지 모금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선거비용 한도의 5%까지 모금할 수 있다. 18대 대선의 경우 약 28억원이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합법적인 돈, 즉 국고보조금과 후원회를 통해 들어오는 후원금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고보전을 받을 수 없고, 후원금을 쓸 수도 없는, 하지만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에 후보가 되기 위한 당내 경선비용만 해도 국고보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선거기간 이전에 쓴 비용도 마찬가지다. 후원금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한도가 분명하다. 크게 부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 경우 필요한 돈은 모두 어디서 올까?

여기에 선거 때가 되면 이런저런 비공식 조직과 캠프들이 수없이 만들어진다. 이런 조직은 또 돈을 어디서 가져올까?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조직도 아니고, 후원회로 들어온 후원금을 쓸 수 있는 조직도 아니다. 선거 후 국고보전을 받을 수 있는 조직은 더욱 아니다. 과연 돈은 어디서 구해서 쓰는 걸까?

여러 가지 상상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 성완종 회장과 같은 사람이 돈을 댈 수도 있고, 또 그런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은 유력인사가 그 일부를 나눠 줄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성완종 리스트’ 같은 것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정당의 지도부나 후보는 이러한 사실이나 돈의 흐름을 모를까?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르고 싶어 한다’. 후원금도 아니고 국고보전을 받을 수도 없는 돈이 쓰이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애써 묻지 않는다. 그야말로 알면 서로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어떤 정권이나 후보도 ‘성완종 리스트’와 같은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정말 지친다. 어느 정권 없이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매번 터지고 그때마다 우리 정치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며 국가신인도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정치적 냉소 또한 더 깊어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선거개혁에 정당개혁이다. 선거를 돈이 더욱 들어가지 않는 선거로 만들고, 정당을 정당같이 만들면 된다. 특히 정당개혁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당이 정책 하나 제대로 생산해 낼 능력이 없으니 후보가 사설 정책캠프를 만든다. 또 당 조직이 시원치 않으니 사설 선거운동 조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위로 부정한 돈이 오가게 된다.

‘사실이 아니다’ 항변만 할 일이 아니다. ‘그럴 줄 알았다’ 삿대질만 할 일이 아니다. 여야 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 문제의 출발이 어디인지를 똑바로 보라. 그리고 다 같이 반성하고 고쳐라. 이러한 리스트가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국민이 그러한 리스트를 믿지 않도록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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