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 욕설 논란, ‘식스맨’에 치명적인 이유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4-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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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항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왔다. 최근 화제를 낳고 있는 ‘식스맨’ 특집은 ‘무한도전’이 고정된 포맷 없이 어떻게 10년이란 세월을 버티게 했는지 잘 보여준다. ‘식스맨’은 음주운전 논란을 연거푸 겪은 ‘무한도전’이 꺼내든 카드다.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그 녀석들’에 대한 사과와 자숙이 전제된 상태에서 ‘유혹의 거인’ ‘식스맨’ 등 관련 아이템이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시청자의 반감이 없다는 점이다. ‘식스맨’ 초반 ‘그 녀석’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꼼수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불편함은커녕 그 참신함에 박수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자의 호평은 다행이지만 어쨌든 ‘식스맨’은 프로그램 존립을 위해 ‘무한도전’이 꺼낸 절박한 카드였다. 멤버 2명이 음주운전으로 연달아 하차한 일은 초유의 사태임이 분명하다. 장기 프로젝트, 추격전 등 스케일 큰 미션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인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뚜렷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얽히고설킨 멤버들의 관계에도 ‘구멍’이 발생했다. 어떻게 보면 ‘무한도전’ 입장에서 ‘식스맨’은 프로그램을 이어가기 위한 배수진이었다. 재미가 동반된 예능 요소는 그 다음 고려할 사항이었다.

그래서 ‘식스맨’ 유력 후보로 거론된 개그맨 장동민의 과거 발언 논란이 더욱 불편하다. 출연자의 부주의로 뿌리째 흔들렸던 ‘무한도전’이었다. 멤버, 제작진이 아닌 시청자의 검증을 받겠다는 각오로 진행한 ‘식스맨’이었다. 떠난 두 멤버의 빈자리가 컸고, 남은 멤버들의 사기 진작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공개 채용은 장수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멤버들의 희생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어렵게 잡은 기회였지만 새 출발을 시작하기 전에 벌써부터 하차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진짜 죽여 버리고 싶다” “망치로 XXX를 치고 싶다” “창자를 꺼내서 구운 다음에 그 엄마에게 택배로 보내버리고 싶다” 등의 폭력적인 발언, “여자들이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X같은 X” 등 여성 비하 발언이 논란의 핵심이다. 공개된 발언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장동민은 군대 시절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후임에 대한 폭력을 희화화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사실 해당 발언이 나온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는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가 거리낌 없는 발언으로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취지로 진행된다. 도덕적 억압에서 벗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과거 개그맨 김구라가 라디오를 통해 독설을 내뱉은 것과 비슷한 느낌의 콘셉트다.

그렇다면 장동민의 발언을 개그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수용의 여지는 있다. 그 판단은 대중이 한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으로 멤버들이 하차해 공개 영입에 나선 ‘무한도전’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무결점’ 멤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뚜껑을 열기도 전에 자질 논란에 휩싸인다면 위기 속 어렵게 얻은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무한도전’을 유지하는 힘은 시청률도 광고 수익도 아니다. ‘무한도전’은 마니아층으로 대표되는 시청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에서 시청자는 방관자가 아니다. 프로그램의 구성원으로 직ㆍ간접적 참여를 하고 있다. 출연자 선정에 관한 모든 과정을 시청자에게 낱낱이 보여주어 공감대를 얻고자 하는 방식도 여기에 기인한다. ‘너’가 아닌 ‘우리’가 되어버린 시점에 도덕적ㆍ사회적 논란은 개인의 불명예를 넘어 프로그램 전체와 시청자들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다소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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