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아아니, 소주를 팔지 말라구?

입력 2015-03-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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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가 지난 15일 소주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알코올 중독 피해자 26명이 주류회사 4곳과 한국주류산업협회 등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지난해 12월. 이들은 “주류회사들이 과도한 음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경고를 소홀히 했고, 소주를 판매해 알코올 중독과 간질환 등 심각한 피해를 입게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석 달 만에(나라면 하루 만에 끝낼 텐데) “신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가처분을 기각했다. 알코올 피해자가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겠지만 주류 판매 금지까지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취지였다.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에서 진행 중이다.

인터넷에는 비꼬고 비난하고 비아냥거리고 비판하는 댓글이 마구 마구 붙었다. ‘지들이 조절 못해 중독된 게 왜 술 탓이야?’ ‘아직 술이 덜 깼구먼’ ‘병원에 입원하세요’ ‘이해가 되는 반면에 개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뭘까?’ ‘어이없네. 소주 안 팔면 술을 끊을 것 같냐?’ ‘공부하기 힘들어요 학교 없애 주세요. 살쪄요 식당 영업중지!!’ ‘그러지 말고 우리 낮술이나 한 잔 합시다. 헐헐헐’

주정뱅이 술꾼 등 주폭(酒暴)의 횡포에 시달려온 사람들의 말도 들어볼까? 물론 이쪽은 소수다. ‘이참에 한 병에 30만원 이상으로 올려라’ ‘술 취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자는 때려 죽여도 죄를 묻지 말아야’ ‘담배는 금연 광고하는데 술 먹고 살인도 하는데 왜 술 광고 계속하나?’ ‘술로 인한 범죄 날로 증가. 소주 판매 금지하라’ 등등.

나는 그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어리둥절 어리벙벙하다 못해 어이없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아니, 소주를 팔지 말라구? 이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인가?’가 솔직한 내 감정이었다.

이번 소송에서 주목되는 건 판매 금지가 아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 주목되는 건 방송에 주류 판매 광고와 음주 장면 상영을 금지하고 ‘알코올을 남용할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음주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우울증 등 정신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넣어 달라는 요구다.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런데 나는 소주 회사에 유감이 많다. 내가 아는 한 작년 2014년은 우리나라에 상업 소주가 첫선을 보인 해다. 소주의 대명사였던 ‘眞露(진로)’는 장학엽이 1924년 10월 평남 용강군에 세운 진천양조상회가 생산한 술이다. 6·25 때 남하한 장씨는 부산을 거쳐 1954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정착하면서 두꺼비 상표를 붙이고 진로 생산을 본격화했다.

그러니까 2014년은 소주 탄생 90년, 아니면 60년이 되는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해였다. 그런데 소주 회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M&A 같은 거만 신경 쓰지 말고 합심협력 대동단결하여 국민을 즐겁게 해줄 방도를 찾았어야 했다. 가령 전 국민에게 소주 한 병씩 기념으로 준다든지, 성인의 날에 소주 기부를 한다든지… 재미있고 의미 있게 할 일이 얼마든지 많았을 텐데 좋은 홍보거리를 흘리고 말았다.

매일 투병생활을 지향하는 나처럼 덜 떨어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투병은 two 병(甁)을 말한다. 덜 떨어진 사람은 도수가 덜 떨어진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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