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배당, 왜 남의 집 잔치가 되어버렸을까?

입력 2015-03-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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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자본시장부장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겉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속담은 최소한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버블세븐’이다.

벌써 10년이다. 2005년부터 이른바 ‘버블세븐’이라 일컫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다.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지역의 아파트만 유난히 많이 올랐다. 그 이외의 지역은 잠잠했다. 상대적 박탈감이 비등했다. 여론이 난리가 난 것은 불문가지. 그 여론이 내 아파트도 오르게 해달라는 것인지, 버블세븐 아파트 가격을 꺼트리라는 것인지는 사실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 시기 전셋값은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집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그 당시가 더 좋았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사실 내가 앞으로도 살아갈 아파트라면 그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세 많이 올라봐야 세금만 더 내야 하는데.

물론 아파트를 투자대상으로 여기는 경우엔 세금이 오르든 말든 시세차익 얻고 새로운 아파트를 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아파트 팔고 나면 그 가격에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겠는가? 매매과정에서 내야 하는 세금이며 이사비용은 또 어떻게 감당하고.

최근 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개최되면서 ‘배당’도 비슷한 처지에 처한 듯하다. 기업들이 1년을 결산하는 자리인만큼 그 수확의 열매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배당금액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 모양이다. 여러 매체들이 쏟아내는 배당 관련 뉴스들도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복잡한 심사가 역력하다. ‘배당잔치’, ‘외국인 주머니만 불룩’, ‘배당 늘었지만 개미 몫은 고작’ 등등의 표현에 숨겨진 마음이 그렇다.

병상에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800억원 배당금을 받는 것도 못마땅해 보이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같은 심리를 무조건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여기서 짚어보고 싶은 것은 배당이 어떤 성격이냐는 것이다. 배당은 어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가다. ‘공돈’이 아니다.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돈을 주식이라는 위험한 상품에 넣어둔 대가가 배당이다.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는 것은 매우 안정적이다. 그러나 배당은 그렇지 않다.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한 푼도 못받는다.

그리고 국내 기업의 배당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고작해야 1%대다. 은행 이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주식은 그 가치가 상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를 가질 뿐이다.

긴 호흡으로 기업의 성장성, 재무구조, 경영 투명성 등을 고려해서 투자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두 마리 토끼’가 바로 주가상승과 배당이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이나 일반적인 주식투자처럼 ‘대박’을 노리고 짧은 호흡으로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시세차익 말고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배당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질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배당은 긴호흡으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반면 국내 주식투자는 그야말로 ‘단타’가 판을 친다. 심지어 기관투자가들도 치고 빠지는 식의 모멘텀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90%가 단타매매다. 연말에 배당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어도 이 역시 단타매매에 불과하다.

‘배당잔치’가 부러운가? 그렇다면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업을 골라서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면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다른 이야기 하나 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올해 들어 배당이 여론의 관심이 된 것은 최경환 부총리의 강력한 배당확대정책 덕분이다. 그러면 최 부총리의 정책은 성공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배당 확대를 통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을 모르고 한 소리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투자시장 상황에서 배당 확대는 내수경제 살리기와 하등 관계가 없다. 오히려 최 부총리의 배당확대 추진 덕분에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만 더욱 커졌다. 상장사 대주주들과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헛발질이라는 것과 일반투자자들의 배당에 대한 인식이 뒤죽박죽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내 자본시장이 후진성을 못 벗어나는 이유를 조금 알게 됐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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