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왜 이래’ VS ‘펀치’의 차이 [이꽃들의 36.5℃]

입력 2015-03-10 06:32 수정 2015-03-1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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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SBS 드라마 '펀치'(상단부터)(사진=KBS, SBS)

“쪽대본이라면 톨스토이가 쓴다 해도 싫어요.” 최근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자의 말이다. 연기 경력 50여년의 국민배우도 손사래를 친다. 앞뒤 맥락 설명 없이 대사만 주어지는 쪽대본이 그 장본인 격이다. 쪽대본은 여전히 우리 드라마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오점이다. 그럼에도, 오점은 단지 눈에 띄지 않는 얼룩일 뿐인가. 드라마 업계는 좀처럼 이 고질병을 치료하려 들지 않는다.

나란히 시한부 주인공을 둘러싼 전개로 연기 호평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최근 종영한 두 작품은 극명하게 엇갈린 차이를 보였다. 자체최고시청률 43.1%를 기록하며 부성애를 부각시킨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와 묵직한 메시지를 흥미롭게 담아내 연일 월화극 1위를 이어간 SBS 드라마 ‘펀치’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경우, 쪽대본 없는 드라마로서 두드러진 완성도를 창출했다. “대본 외우기에 급급하면 남의 대사까지 볼 수 없어요. 그만큼 표현하는 깊이가 없었다는 뜻이에요. 시간에 쫓겨 기계적으로 내 것만 해치우고, 편집도 바빠 급하게 내보내는 장면은 보는 사람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 김현주는 미리 나온 극본에 대해 “강점이자 장점”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태왕사신기’, ‘추적자’, ‘황금의 제국’ 등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박경수 작가는 촬영 중후반부 한 달이 채 안 된 ‘펀치’ 촬영 기간 동안 쪽대본을 내놓았다. 박 작가 특유의 필력으로 인한 드라마 안팎의 신뢰로 볼멘소리 없이 막 내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빛 좋은 결과물에 개살구 같은 과정을 눈 감아버린 제작 현장에 한정된 이야기다.

“저만 잘 쓰면 되나. 아무도 상상하지 말라는 이야기다”는 김혜자의 일침처럼, “찍고 있는 이 한 회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미리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 안에 감정이 잘 묻어날 수 있었다”는 김현주의 말처럼. ‘쪽대본이냐, 완성된 극본이냐’의 차이가 작품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막대하다.

근시안적인 연기 해석으로 대변되는 작품의 질 저하는 물론, 무수한 제작 인력의 낭비, 비효율적인 체력 소모로 대변되는 열악한 제작 환경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만을 탓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청률 지상주의와 과도한 흥행 경쟁이 낳은 기형적인 국내 제작 환경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콘텐츠 강국이라는 미명 아래, 오늘도 웰메이드(Well-made)라는 수식어를 쏟아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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