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망치는 자막 오류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5-03-02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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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BS 2TV, MBC 방송화면 캡처

2월 23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12집 앨범으로 컴백한 신화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신화의 ‘T.O.P’ 곡이 나오던 중 자막에 ‘T.O.P(1994)’라는 자막 실수가 나왔다. 신화의 데뷔는 1998년이며 ‘T.O.P’는 1999년 발매됐기 때문이다. 사실 ‘힐링캠프’의 자막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다수의 자막 오류가 발생했지만 당시에만 사과했을 뿐 이후에도 자막 오류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한 때 자막으로 논란이 됐었다. 시청자들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추사랑의 대화를 오역했다고 지적했다. 추사랑과 친구 유토와의 대화에서 실제 유토는 추사랑에게 “한 개만 줘”, “절대로 떨어트리지마”라고 말했지만, 자막에서는 “내 동생에게도 줘야지”, “절대로 내 거 침범하지마”라는 전혀 다른 말로 해석했다. 또한 추사랑이 엄마 야노시호와 함께 한라봉을 먹으면서 한 대화에서도 “엄마도 먹어요”라고 말한 것을 “까주세요”라는 엉뚱한 자막을 넣기도 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제작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의역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지난해 9월 19일 방송3사와 종편의 대표적 예능 및 드라마를 대상으로 ‘방송 언어 사용 실태조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인격모독표현, 폭력적인 표현, 비속어, 선정적 표현 등 저속한 표현과 비표준어, 비문법적 표현, 자막표기오류 등 어문 규범 위배 표현이 모두 6815건 내보내졌다”고 밝혔다. 이는 국립국어원이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방영된 주요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한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6816건의 부적절한 언어 표현 중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사용이 2174건(31.9%)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로 ‘자막표기오류’ 1751건(25.6%), ‘은어 및 통신어’ 743건(10.9%), ‘인격모독표현’ 688건(10.0%), ‘비속어’ 585건(8.5%), ‘비표준어’ 387건(5.6%), ‘비문법적 표현’ 233건(3.4%), ‘폭력적 표현’ 104건(1.6%), ‘차별적 표현’ 88건(1.2%), ‘선정적 표현’ 62건(0.9%) 순으로 나타났다.

자막은 프로그램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의 국어 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자막 오류는 우리가 쉽게 넘겨선 안 될 문제다. 특히 요즘 예능프로그램들에서는 재미를 위해 자막에서 줄임말과 비속어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도 버젓이 나온다. 또한 외국인들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면서 오역 자막도 많아졌다. 외국어를 알지 못하는 시청자는 자막에 의존해 프로그램을 이해하는데 오역 자막을 버젓이 내보낸 다는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 알게 모르게 자막 속 인격적 모독, 차별적 표현, 선정적 언어, 비속어, 비문법적 표현들이 우리의 인식에 스며들어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에서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많은 시청자들이 자막을 문제 의식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스스로가 자막을 볼 때 그냥 흘려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자막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체부는 올해부터 방송언어 청정지수를 적용해 평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얼만큼의 효과를 가져다 줄 지 모르겠으나 지적을 받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엄중한 처벌이 가해지지 않을 경우에는 자막 오류의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기준이 되어야 하고 우리말을 가꾸는데 모범이 되어야할 방송언어가 오류로 가득 차 우리말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방송자막도 엄연한 공영성이다. 방송사들은 우리말을 가꾼다고 바른말 고운말, 우리말 나들이를 외칠것이 아니라 현재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자막부터 신경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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