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블럭’ 하나로 세계 최고 장난감 왕국에 오른 비결은?

입력 2015-02-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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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눗스토프 CEO가 말하는 레고의 성공 비법

▲사진=블룸버그

‘블럭’이라는 아이템 하나로 세계 최고의 장난감 업체로 우뚝 선 레고의 성공 비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요안 비 크눗스토프(Jørgen Vig Knudstorp)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16일자 최신호에서 레고의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레고는 전세계에서 연간 약 75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거느리고 있다. 팬 층은 3세 유아에서부터 구글의 창업자까지 폭넓다. 작년 상반기에는 ‘바비인형’으로 잘 알려진 마텔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완구업체에 등극했다. 영화 ‘레고 무비’가 히트를 친 데다 ‘치마’ ‘닌자고’ 시리즈의 인기에 ‘스타워즈’ ‘프렌즈’ ‘시티’ 등 스테디 셀러 등이 꾸준한 호응을 얻으며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레고의 플라스틱 블럭은 이미 1980년대에 특허가 만료돼 어떤 업체든 레고와 같은 블럭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업체도 레고의 아성을 넘지 못하면서 그 혁신의 비결은 늘 업계의 관심사다.

크눗스토프 CEO는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린이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경영의 모토”라고 말했다. 수익이나 현금은 산소 같은 존재이지만 이는 살아가는데 최소한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크눗스토프 CEO는 레고의 특허가 이미 만료돼 어떤 기업이든 레고와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고 블록의 디자인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단지 특유의 품질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

레고의 플레이 테마를 기획할 때는 ‘피아노 악보’처럼 대한다고 말하는 크눗스토프 CEO. 피아노 악보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악보 없이도 연주할 수 있다. 그러나 악보가 있다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신이 몰랐던 다양한 세계를 접하고, 그 세계관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레고 역시 블록 자체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매뉴얼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고 크눗스토프 CEO는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레고에게 평탄한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레고는 한때 블럭의 특허 만료와 경쟁사의 저가 공세, 디지털 게임기의 대두로 인해 부도 위기에 내몰렸었다. 레고 자체의 브랜드 파워와 교육용 완구로서 부모들의 신뢰에도 불구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레고가 위기를 극복한 것은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블럭 제조업체이면서 ‘탈(脫) 블록 전략’을 통한 사업 다각화가 통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레고는 비디오게임 개발, TV 프로그램 제작, 테마파크 확대, 직영점 진출 등 수많은 신규 사업에 착수했다. 핵심 사업인 블럭 부문의 매출 부진을 신규 사업들로 메꿨다.

그 다음으로 레고 경영진이 문제로 지목한 것은 조직의 위기 불감증이었다. 당시 실적은 최악인 데도 직원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과거의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부심 탓에 장기 실적 부진에 무딘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

당시 크눗스토프 CEO 등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레고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끊임없는 자문이었다고 한다. 이어 레고 경영진은 3단계 회생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첫째는 살아남기 위한 철저한 구조조정, 둘째는 TV 게임이나 프로그램 제작 등 생소한 사업 정리, 셋째는 창업주가 시작한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매각이었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워룸(War room)’은 당시 레고 경영진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 방에서는 ‘레고가 무엇을 새로 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를 결단했다고 한다. 크눗스토프 CEO는 “팔리지 않는 제품을 계속 만드는 것이 과연 어린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결국 워룸에서의 결단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레고의 행보는 ‘사업 다각화’보다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창업주의 설립 이념으로 돌아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크눗스토프 CEO 등 경영진은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레고에게 블록 개발·제조 이외에는 살 길이 없다고 확신한 것. 레고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창업 이념을 빠르게 침투시키는 과제가 주어졌고, 오늘날의 성공에 이르렀다.

레고 창업주인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것을”이라는 일념으로 수 년간 장난감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목공 장난감에서 출발해 플라스틱 블럭 및 조립 시스템이라는 혁신을 일궈냈다.

현재 레고의 목표는 고급 장난감 시장이라는 틈새 시장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다. 서구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레고가 고급 장난감으로 인식돼 있지만 아시아 신흥국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있다. 이에 레고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에 영업 거점을 마련하고 현재 인재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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