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접대등산'하다 숨진 의약품업자…산재 인정

입력 2015-02-1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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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2003년까지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A(51)씨는 2003년 소규모 의약품 유통회사를 차렸다.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직함을 올렸지만 그의 주된 업무는 의사들을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여느 영업직 사원과 다르지 않았다.

서류발급 같은 의사들의 잔심부름도 도맡았다. 의사들이 원하면 점심이고 저녁이고 달려가서 식사를 같이했고, 의사들의 출장길에는 운전도 대행해줬다.

의사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일을 맡아서 처리해주고, 주말에는 의사들의 취향에 따라 산행이나 골프 등 여가활동도 함께했다.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그는 의사들 앞에서는 철저한 '을'이었다.

2012년 4월의 어느 토요일, 그는 그날도 대구의 한 병원 의사, 직원들과 함께 등산에 나섰다.

그런데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40여 분쯤 지났을 때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면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20여분을 앉아서 쉬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는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사인은 평소 앓고 있던 협심증으로 인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으로 추정됐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주말에도 등산에 나섰던 것은 영업활동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유족들에 따르면 그는 평일에는 거래처 의사들과 저녁모임을 갖느라 퇴근이 늦었고, 주말에는 여가모임을 함께 하느라 늘 바빴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10일 "A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의 일환으로 사건 당일에도 등산을 하게 됐고, 이런 등산이 과도한 육체적 피로를 가져와 기존에 앓고 있던 협심증을 급격히 악화시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이 발병한 것"이라며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업업무를 전담한 A씨의 입장에서는 거래처인 병원 의사들이 본인 회사의 제품을 처방하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그들이 하는 활동에 참가하는 등 친목을 도모해야 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질환이 있었는데도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등산을 가게 돼 상당한 체력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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