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오픈 16번홀 지옥과 천국 사이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2-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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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오픈은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골프대회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회는 선수와 갤러리가 소통하는 대회다. (PGA 홈페이지)

소통은 생각보다 위대한 힘을 지녔다.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반대로 소통 단절은 서로를 구렁텅이로 몰아놓는 악마 같은 마력을 지녔다. 주변에는 소통 단절로 인해 병들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소통 단절은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불신은 분노를 낳는다. 둘 사이엔 아무 것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소통은 스포츠가 가진 큰 장점이기도 하다. 호쾌하고 스피드한 경기력,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멋진 플레이, 극적인 승부에서 얻는 감동과 환희는 스포츠를 보는 맛을 더한다. 하지만 선수와 관중 사이엔 커다란 장벽이 있다.

새해 첫날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한국프로농구(KBL)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4쿼터 경기에서 발생한 하승진(30) 사건은 선수와 관중 사이 보이지 않는 장벽을 표면으로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비아냥거림에 가까운 야유로 하승진의 심기를 건드린 여성 관중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신분을 망각하고 경솔하게 행동한 하승진 역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과연 무엇이 둘 사이에 분노를 키웠을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 부족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은 선수와 관중이 이상적으로 소통하는 대회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골프대회로 악명이 높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도 참으로 멋진 대회가 된다. 특히 3만 갤러리에 둘러싸여 플레이하는 16번홀(파3)은 더 그렇다.

갤러리는 함성과 야유를 쏟아내며 기존 골프 대회장엔 없던 해방감을 느끼고, 선수는 환호하는 갤러리를 통해 미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누구도 이 홀에서 짜증을 내거나 불쾌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오히려 환호하는 갤러리를 위해 크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나눠주기도 한다.

물론 지나친 해방감은 경솔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기 드문 일이지만 선수를 향해 이물질을 투척하는 일도 발생한다. 관중의 돌발 행동에 대처하는 모습은 선수마다 천차만별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는 리키 파울러(27ㆍ미국)에게 모자가 날아왔다. 하지만 파울러는 자신에게 날아온 모자를 주워 익살스럽게 써 보인 후 관중석으로 다시 던져줬다.

파울러는 2011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해 국내 팬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PGA 무대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특유의 쇼맨십과 팬서비스다. 그것은 관중과의 무언의 약속이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파울러를 따르는 갤러리도 적지 않다.

사실 골프는 정숙이 강요되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선수가 샷을 하는 순간에는 어떠한 소음도 용납되지 않는다. 선수에 따라서는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로는 사소한 소음이 선수와 갤러리의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파울러 역시 경기 중 소음이 반가울 리는 없다.

하지만 선수와 관중 사이의 장벽은 한 번 쌓이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40ㆍ미국)는 지난 2001년 피닉스오픈 당시 한 갤러리가 던진 오렌지로 인해 갤러리와의 소통 단절이 시작됐다. 그 오해를 풀고 올해 피닉스오픈에 출전하기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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