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 경영권 분쟁… 김택진ㆍ김정주, 누가 먼저 불 질렀나?

입력 2015-01-28 12:04 수정 2015-01-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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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참여를 공시를 통해 공식 발표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김정주 넥슨 대표의 갑작스런 경영참여 선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원인이 있는 법. 서울대 공대 1년 선후배 사이인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가 30년 가까이 지켜온 우정을 적대적 관계로 만든 갈등의 씨앗은 누가 먼저 제공했을까? 김정주 대표가 '호형호제' 사이를 깨고 적대적 M&A에 나서기 위해 야욕을 부린 것일까? 아니면 김택진 대표가 먼저 불을 질렀을까? 양사의 입장이 갈린 가운데, 현재 업계에는 '김정주 촉발설'과 '김택진 촉발설' 등 두가지 설이 나란히 나돌고 있다.

우선 김정주 대표가 김택진 대표를 배신했다는 김정주 촉발설이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같이 게임업계에 종사하던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김정주 대표가 김택진 대표에게 미국 게임업체 EA를 공동인수하자고 제안하면서, 몸을 섞에 된다. EA 공동인수를 위해 넥슨이 엔씨측의 지분 14.6%를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EA 인수가 무산되면서 두 사람은 '불편한 동거' 관계가 시작됐다. 넥슨이 엔씨측의 최대 주주가 됐고, 김택진 대표는 9.9%의 지분율로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면서 서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협력하는 사이라고 공언했으며, 주변에선 모두 이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김정주 대표의 넥슨이 엔씨의 지분 0.4%를 추가로 매집,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15%의 선을 넘었다. 엔씨는 당시 넥슨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으나, 넥슨 측은 경영참여와는 무관한 단순투자라고만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정주 대표가 김택진 대표와 협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단순투자라는 말을 바꿔,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엔씨 측으로서는 우호적 관계에 있던 넥슨의 돌발적인 선언에 당황해하고 있다.

넥슨은 경영참여를 선언한 27일 공시에 앞서, 지난 22일 이를 비공식적으로 엔씨 측에 전달했다. 엔씨는 이후 김택진 대표의 부인 윤송이 부사장을 부랴부랴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는게 김정주 촉발설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김정주 대표가 그동안의 우호 관계를 깨뜨리고, 일방적으로 적대적 M&A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엔씨 측 관계자도 이번 넥슨의 경영참여 선언과 관련해 "양사 대표가 서로 믿고 의지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치는 격이어서 혼란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다른 김택진 촉발설은 김택진 대표가 먼저 김정주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내용이다. 김택진 대표가 관계사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낸 것이 양사 갈등의 시초라는 해석이다.

김정주 대표가 윤 사장의 승진을 단순히 해외 시장 진출 강화 차원이 아니라, '가족 울타리 경영'을 강화하는 포석으로 해석했다는 것이 이 설의 핵심이다. 더욱이 엔씨가 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면서 최대주주인 넥슨과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는 것은, 넥슨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에 김정주 대표가 엔씨측에 강하게 불만을 품고, 경영참여라는 무기를 들이댔다고 한다.

김택진 촉발설은 넥슨 측이 "적대적 M&A가 아닌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경영참여를 먼저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신빙성을 갖고 있다.

양사와 관련해 나도는 두가지 설에 대해 양사 모두 부인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넥슨 측은 '경영참여 선언이 협력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고, 엔씨 측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양사의 갈등을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중 누가 먼저 촉발했는지 두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형제처럼 지내던 두 사람이 이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어 예전에 함께 동고동락했던 시절은 더 이상 반추하기 싫은 추억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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