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방글라데시의 분노

입력 2015-01-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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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방글라데시의 1월 24일자 조간 신문은 28명을 불에 태운 폭탄 테러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정치적 이유로 공로상에서 버스에 폭탄 테러를 가한 것이다. 이곳 정당이 도로를 폐쇄하는 파업을 주도한 결과, 올 들어 320번이 넘는 차량 테러가 자행됐다. 이곳 청년들은 ‘과연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안고 절규했고, 갈등만 하는 정치 세력은 온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됐다.

도로 폐쇄로 산업 중심인 다카에서 수출 항구인 치타공으로의 물류 이동에 차질이 벌어졌다. 방갈라데시의 경제력은 대략 300억 달러의 수출과 400억 달러의 수입에 연간 15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송금 수준이다. 해외 근로자 송금에 의지해 외환 보유고와 수도 다카의 소비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은 이러한 국가의 체력을 고갈시키고 있다. 정치의 역할은 성장과 분배의 순환인데, 분명한 것은 방글라데시에는 순환이 정체돼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가의 치안 부재의 결과, 기업 투자는 위축된다. 핵심 산업인 섬유와 피혁도 이제 베트남에 밀리고 있다. 교통 인프라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환경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아름다웠던 부리강가 강은 완전히 찌들어 가고 있었다. 수많은 배에서는 폐유를 공공연히 강에 버리고 1200만 다카 시민의 생활오수와 섬유 공장의 폐수는 끝없이 흘러 들고 있다.

한마디로 무능한 정부의 폐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대안은 강력한 지도력인데, 정치는 갈갈이 찢겨 있다. 이곳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분노한다. “정치만 해결되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된다”고. 정치는 국가의 방향을 잡는 방향타가 돼야 한다. 1억5000만 인구의 방글라데시는 국가의 리더십만 뒷받침되면 벵골만의 진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국가의 리더십은 방향과 크기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경제의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이다. 국가의 전략적 방향이 확고히 제시되어야 국내외 투자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양대 계파 간의 갈등은 국가 전략의 부재라는 결과를 초래해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한편 국가 전략이 제시되면 국민들은 국가 발전에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힘을 결집시킬 의미 있는 국가 비전을 정당들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행운에 가까울 정도로 국가의 리더십이 잘 들어맞았다. 네팔의 경우 제헌의회가 구성된 지 7년이 되도록 헌법 통과를 못 시키고 있고 인도와 파키스탄에는 국가 리더십에 대한 믿음이 없는 듯하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1948년 5월 제헌 국회가 성립되고 불과 3개월 만에 헌법을 통과시켜 8·15일 대한민국을 출범시켰다. 당시 제헌 국회의원들은 불철주야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후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OECD에 진입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고, 동남아시아 각국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가 발전의 초기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국민의 역량과 국가 리더십의 결과가 한강의 기적이었다.

그렇다면 방글라데시에 대안은 없는 것일까? 우선 국가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파업은 허용하되 타인의 통행을 막아서는 것은 엄정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어서 승자 독식의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승자 독식 구조는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은 이 나라에 국가 발전 경험을 전수하는 것이 다른 어떤 원조보다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아무것도 없던 대한민국에 포항제철, 고속도로, KIST라는 산업, 유통, 기술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한강의 기적의 시작이었다. 당시 세계은행도 반대했고 국내 정치권도 반대했다. 그러나, 인프라 구축과 대기업 육성의 결과 한국은 세계적 개발도상국의 교과서가 되었던 것이다. 방글라데시에는 △모바일 인프라 구축 △기업가정신의 육성 등 두 가지 정책이 시급하다. 즉 ‘ICT + 벤처’가 이 나라에 제공할 한국의 대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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