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규제개혁]“규제개혁” 말로만 외치는 사이…정책동력 점차 잃어간다

입력 2014-12-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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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등록 규제 1만4954건이지만 1년간 311건 줄어 2% 감축에 그쳐

규제개혁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 국정과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민관이 참여하는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규장회의)에서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장장 7시간이 넘는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과 자영업자 등으로부터 건의를 받아 ‘암 덩어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9월에도 박 대통령은 2차 규장회의와 끝장토론을 주재하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사례로 들어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이처럼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개혁을 강하게 강조했건만 강력한 규제를 통해 부처의 권한과 자리를 키워 가려는 공무원들의 ‘규제 본능’은 완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국회마저 규제개혁 법안을 외면하면서 ‘규제 빗장’을 풀기 위한 정책 동력도 한층 약화한 모습이다.

◇중앙부처 등록 규제건수, 지난 1년간 2% 줄어드는 데 그쳐=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앙부처 등록 규제건수는 1만4954건이다. 1년 전인 2013년 12월 1만5265건에 달하던 규제건수는 작년 3월 1만5169건, 6월 1만5184건으로 소폭 줄어들다 2차 규장회의 시점인 9월에는 14987건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규제건수는 311건(2.0%) 줄어드는 수준에 머물렀다.

국조실은 또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기존 규제개선 과제 1153건, 규제 신문고 544건, 손톱 밑 가시 310건, 현장건의 77건 등 2084건의 규제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70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2014년을 규제개혁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채찍질해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추진한 결과다. 특히 국조실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2000여 규제개선 사례 가운데 계량화가 가능한 28개 과제를 토대로 경제효과를 분석한 결과, 향후 3년간 부가가치 10조4000억원, 일자리 2만3000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같은 성과를 통해 기존의 규제개선 과제에 다소 숨통이 트인 것일 뿐, 여전히 지난해 초 정부가 제시한 경제 관련 규제 10%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1만5000여건 가운데 안전 필수 규제를 제외한 전체 경제규제 약 1만1000건 중 10%인 1000여건을 연내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규제완화를 추진해 왔다. 대통령 임기 말인 2017년까지는 20%를 없애 5년 전 수준으로 규제총량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 정비된 규제건수는 328건으로, 1월 1만5282건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연말까지 경제규제 중 10%를 없애겠다는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다. 정부와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영업이나 경영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작지만 실제로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주는 고질적 현장 애로사항, 이른바 ‘손톱 밑 가시’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2차 규장회의가 열린 9월까지 확정한 손톱 밑 가시 과제 96건 중 67건만 완료됐을 뿐, 22건이나 부처 내에서 여전히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관계자는 “검토 중인 규제들은 소관 부처에서 입안 또는 심사 중인 사안들로, 각 부처가 법령이나 규정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지지부진한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달 열릴 ‘제3차 규장회의’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자총협회 등 8개 경제단체로부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목받은 130여개 핵심규제에 대한 개혁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이번엔 박 대통령이 지시한 ‘단두대’ 방식으로 한건 한건이 아닌 경제활성화를 막는 암 덩어리 규제들을 한꺼번에 혁파해 현장에서의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 번째 규장회의에서는 수도권, 노동, 환경,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규제가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양적 규제 철폐에서 나아가 규제개혁의 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규제개혁의 발목 잡아…의원 규제입법도 적잖아= 국회도 규제개혁의 ‘병목’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차 규장회의 일정까지 미뤄가며 직접 각 부처에 규제 개혁 성과가 미흡하다며 질책에 나서면서 1차 규장회의 끝장토론 때 논의됐던 현장 건의 52건 중 37건에 대한 조치가 완료됐다. 그러나 아직 ‘학교 주변 관광호텔 입지 허용’,‘PEF 관련 규제개선’ ‘국내 보험사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등 12건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간 정쟁에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규제완화 법안을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은 탓에 정부의 규제개혁 과제 중 상당수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공염불이 되고 있다.

부분완료 3건 중 ‘복합리조트 활성화를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과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연말까지 ‘복합리조트 유치 계획’을 마련키로 했지만, 복합리조트 사전심사제도 도입을 위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자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활성화’ 과제 역시 원격의료 사업을 의료 민영화의 목적으로 보는 야당의 반대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막혀 시범사업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2차 규장회의에서 다뤄진 25개 안건 중에서는 21건이나 개선돼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도로 등에 설치되어 있는 입간판 허용’ ‘메이크업 국가기술자격 신설’ 등은 관련 부처에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온라인 쇼핑몰 외국인 구매 활성화’ 는 부분 완료,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인정범위 확대’는 국회 심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의원입법에 의해 규제성 입법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입법 중 규제 신설강화 법안 비중은 17.8%로 정부 발의안의 9.4%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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