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추 한 포기의 여유

입력 2014-12-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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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겨울 동안 가족들의 건강 식탁을 위해 할머니부터 어머니, 시집간 누님들까지 온 식구가 모여 김장을 담그곤 했다. 김장 후엔 수육에 방금 버무린 김치를 손으로 찢어 군침 꼴깍 넘기고 싸먹던 즐거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요즘엔 대가족이 함께하는 이러한 진풍경을 쉽게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초겨울 우리 어머니들의 가장 큰 행사는 김장 담그기이다.

고추와 마늘, 파 등 각종 양념과 어우러져 숙성된 김치의 건강식품으로서의 효능은 이미 전 세계인들이 잘 알고 있다. 김치는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우리나라의 대표 웰빙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서울광장에서 이웃을 돕기 위해 몇 천 명이 모인 김치 담그기 행사가 열려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때 가정에서도 건강음식인 김치를 한 포기씩 더 담가 가족건강도 챙기고 소외된 이웃과도 함께 나누며 배추 농사짓는다고 고생한 농업인에게도 힘이 되어보면 어떨까.

배추는 김치로 담가서 먹기도 하지만 쌈이나 샐러드용으로도 훌륭한 채소이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노랗고 고소한 배추 속잎에 고기나 보쌈을 싸서 먹는 건 아주 좋아한다. 특히 속잎색이 노란 배추는 고소하고 단맛까지 있어 육류와 매우 잘 어울린다.

배추에는 비타민A와 C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가 많고 칼로리가 낮아 변비개선 효과는 물론 대장암 등 각종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암세포를 억제하는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배추의 진한 초록색 겉잎에는 비타민A와 C, 엽록소가 많고, 노랗고 고소한 속잎에는 항암물질로 알려진 베타카로틴과 눈을 보호하는 루테인이 함유돼 있다. 이 배추를 이용해 만드는 김치도 저열량 식품으로 식이섬유와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어느 식품보다도 높다.

배추의 여러 가지 기능성 물질을 분석하는 최신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기능성이 높은 품종 개발을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최근 개발한 속노란 배추 품종은 글루코시놀레이트 함량이 일반 배추 품종보다 약 2~7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속잎색이 주황색인 품종을 도입하여 시험재배 했는데 우리나라 기후에는 맞지 않는지 속이 물러지고 배추 포기가 터져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소포자 배양이라는 최신 BT기술을 이용해 이 품종의 장점만 우리 품종으로 옮겨 새로운 품종을 개발한 결과, 속잎 색이 밝은 귤색으로 화사하고, 속이 썩지 않으며 포기가 터지지 않는 기능성이 우수한 품종을 만들게 됐다.

최근 배추에서 항암기능성 물질이 발견되면서 주춤하고 있는 김치 소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11~12월에 수확한 배추가 가장 맛있고 영양성분도 풍부하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 배추가 풍작을 이뤄 품질도 높으면서 가격도 싸다. 일찍 김장을 끝낸 가정에서도 배추를 한 포기 더 구입해 식탁에 자주 올리는 것이 인스턴트 식품과 육류 과다 섭취로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가족을 위하는 길이다.

배추를 이용한 전통적인 요리법인 김치, 국, 찌개, 탕 외에도 쌈, 샐러드, 부침, 무침 등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조리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아삭아삭 맛있는 배추로 새로운 요리를 준비해 저녁 밥상을 알차고 정성스레 꾸민다면 식탁을 준비하는 주부뿐만 아니라 식탁을 대하는 어르신과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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