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신분상승이 어려운 사회

입력 2014-12-04 10:42 수정 2014-12-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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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출세하거나 부자가 된 사람은 대부분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60대인 필자가 1960년대 대학 다니던 시절, 주변 친구들을 보면 가정 형편이 비교적 비슷하였고 부잣집 자식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기업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없이 창업하여 성장하였다. 가난한 집 자녀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실제로도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신분 상승이 과거보다 어렵게 되었다. 사회 전체가 발전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모든 분야가 안정되었다. 각 분야에서 새롭게 진입하여 두각을 나타내기가 어려워졌다. 예컨대, 삼성, 현대, LG, GS, SK, 두산, 한화, 한진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벌 주인이 창업자 자식들로 자수성가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자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경우가 흔하다. 오늘날 서울대 등 유명 대학 학생 중 저소득층 자녀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훨씬 적다고 한다.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 소득분배가 나쁜 나라로 평가되지만 미국 국민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자나 성공한 사람에 대해 덜 비판적이다. 그 이유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의 형성 과정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부자들은 대부분이 자수성가하였다. 세계 부자 1위·2위인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애플의 작고한 스티브 잡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창업자 등 이들 모두 자기의 노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선진 사회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신분 상승이 용이한 사회이다. 그런 사회는 소득 격차가 있더라도 사회 통합이 잘 되고 역동성이 있다. 나 또는 내 자식들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면 사회 체제에 불만을 갖거나 부자를 욕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희망이 있으면 열심히 노력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필요한 것은 국민이나 정책 당국자가 사회적 유동성 제고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이를 개선하도록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선, 사회적 유동성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고교 평준화 목적의 하나가 사회적 유동성 제고인데 그것이 사회적 유동성 제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 앞으로 다양한 사회적 유동성 지표를 개발하여 정기적으로 공표하여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유동성 제고를 위한 문제 제기와 제도 개선을 추진할 전담 기구도 정부 내에 있어야 한다.

사회적 유동성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충실화가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같은 조건에서 공부한다. 그러나 학교 교육이 부실해지면 가난한 사람이 불리해진다. 예컨대 영어는 오늘날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만일 학교의 영어교육이 부실하면 가난한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이를 보충하기가 어렵지만 부잣집 아이들은 사교육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가 있다. 공교육이 부실할수록 가난한 아이들은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공교육의 부실화로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무상급식 재원 조달을 위해 교육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 원어민 교사, 방과 후 교육비 등 각종 교육 관련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위해서는 공교육의 충실화가 시급하다.

이외에도 기회를 제한하는 각종 사회 제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로 스쿨(Law School) 제도는 법조인의 자질 향상에는 기여하였지만 신분 상승은 어렵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학벌이 없어도 고시만 합격하면 판·검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많은 비용을 들여 대학원까지 졸업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법조인 되기가 어렵게 되었다.

선거 때만 일시적으로 경제 양극화 해소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사회적 유동성 제고를 중요 국정 과제로 인식하여 관련 시스템 개선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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