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스포츠의 현주소] ‘걸음마’ 떼고 점프!

입력 2014-11-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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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시아 3번째 유치…대중화는 여전히 과제로

2011년 7월 6일 밤(한국시간) 자정 무렵. 지구 반대편 남아공 수도 더반에서 반가운 선물이 날아왔다.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대한민국 평창으로 결정된 것이다. 재수ㆍ삼수 끝에 이뤄낸 성과였기에 기쁨은 더했다. 당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PYEONGCHANG(평창)’이란 글자가 선명한 카드를 꺼내들며 평창의 승리를 알렸다. 그리고 3년 5개월이 지난 지금은 3년여를 남겨둔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 평창에서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한국의 스포츠사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우선 스포츠 변방에서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70년 만에 자국에서 지구촌 겨울 축제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또 다른 올림픽을 개최, 하계 스포츠에 이어 겨울 스포츠 강국으로의 도약 기회도 맞이했다.

대외적 이미지 제고도 상당하다. 아시아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도시는 1972년 삿포로와 1998년 나가노뿐이다. 평창은 그 세 번째 도시다. 국가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무엇보다 4대 스포츠 빅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그랜드슬램 국가가 됐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ㆍ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유치,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ㆍ러시아에 이어 6번째 스포츠 빅 이벤트 그랜드슬램 국가가 됐다.

동계올림픽 유치 열망은 경기력에서 나타났다. 한국은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1년 6개월 앞둔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 6개ㆍ은메달 6개ㆍ동메달 2개(합계 14개)를 획득하며 개최국 캐나다와 독일ㆍ미국ㆍ노르웨이에 이어 메달 순위 5위에 올랐다. 특히 쇼트트랙에만 의존하던 특정 종목 편중 현상도 사라졌다. 스피드스케이팅(3개)과 쇼트트랙(2개), 피겨스케이팅(1개) 등에서 메달을 따내며 명실상부 겨울 스포츠 강국으로의 모습을 갖춰갔다.

그러나 올해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은 한국 겨울 스포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은 금메달 3개·은메달 3개·동메달 2개(합계 8개)로 종합 13위에 그쳤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첫 메달(김윤만 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을 시작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한국 동계 스포츠에 나타난 첫 성장통이다.

특히 빙상연맹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ㆍ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3관왕 돌풍에 막지 못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단 하나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채 씁쓸하게 귀국했다. ‘피겨여왕’ 김연아(24)는 최고 연기를 펼치며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지만 ‘포스트 김연아’ 발굴은 여전히 과제다.

결국 지금의 한국 겨울 스포츠는 경기력과 행정·시스템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도약 기회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의 겨울 스포츠 현실은 앞만 보고 달려가기에는 빈약한 구조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겨울 스포츠에 대한 무관심은 선수 수급 및 흥행에 최대 적이다.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동계올림픽 때만 관심을 갖다 대회가 끝남과 동시에 외면당하는 건 어떤 종목이든 마찬가지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등록 인원이 550명에 불과할 만큼 인적 인프라가 매우 척박하다. 그것도 동호인과 선수를 전부 포함한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그보다 훨씬 적다. 그나마 빙상 종목은 사정이 낳은 편이다. 일명 트리플크라운으로 불리는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을 제외한 설상 종목(알파인스키ㆍ스노보드ㆍ스키점프)은 환경적·경제적으로 선수생활 자체가 어렵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올림픽 성적으로 부풀려진 이미지보다 대중이 즐기며 생활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스케이트는 대중화보다 엘리트화를 택해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있지만 거꾸로 가는 행적이다. 장기적으로 겨울 스포츠 강국을 꿈꾼다면 대중의 참여 폭을 넓혀 붐을 조성하고 그 속에서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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