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아버지'와 '비틀즈'의 오마주, 영화 '아이 엠 샘'

입력 2014-11-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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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 '샘'과 '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멋쩍은 웃음이 떠오른다. 우리 아버지가 조지 클루니처럼 섹시한 웃음을 가진 것도 아니고 헤프게 웃는 편도 아닌데 말이다. 영화 '아이 엠 샘'을 보며 아버지를 많이 떠올렸다. 우리 아버지가 샘처럼 모자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스물 네 번째 생일을 기념해 홀로 설악산 대청봉 등반 계획을 세운 적 있다. 새벽에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데 등 뒤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잠이 덜 깬 아버지가 흰색 봉투를 내밀며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서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멋진 이십 대를 살라며 내민 봉투 속 5만원에도 차마 담아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말하지 못한 진심이, 그 멋쩍은 웃음에 다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 엠 샘'에서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아빠가 밉다며 우는 루시에게 샘이 이렇게 말했다. "잠깐만 미워하는 걸 멈춰줄래? 말해줄 게 있어. 어젯밤에 너한테 편지를 썼는데 글씨가 너무 커서 마음속 말을 다 쓸 수가 없었어." 샘은 우리 아버지와 많이 닮아 있었다.

(사진=영화 스틸컷)

◆ '아이 엠 샘'과 '비틀즈'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로 시작된 영화 '아이 엠 샘'은 빠른 속도감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음악을 소모한다. 다양하고 방대한 음악들이 깨알처럼 쏟아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저분하지 않은 것은 스토리의 지향점과 인물의 당위성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중반까지 루시의 성장 과정과 함께 여러 개의 몽타주가 휙휙 지나간다. 문제는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는 점이다. 답은 비틀즈에 있다. '아이 엠 샘'은 스토리적으로 보면 6살 지능의 아빠와 7살 지능의 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영화 한 편이 비틀즈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다. '아이 엠 샘'에 수록된 음악들은 모두 비틀즈의 곡을 재해석한 곡들이고 영화 중간중간에는 비틀즈의 앨범 자켓 패러디라든지 사진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삶이 수없이 언급된다.

어쩌면 '아이 엠 샘'이 진부한 신파극이 되지 않은 것은 '비틀즈'의 탓일 수도 있다. 특히 루퍼스 웨인라이트 의 'Across The Universe'나 에이미 만과 숀 펜의 친동생 마이클 펜이 함께 부른 'Two Of Us', 세라 매클라클런의 'Blackbird' 같은 곡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듣던 음악이다. 질리고 질린 곡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며 이 곡들이 흘러나올 때면 또 한 번 가슴이 쿵덕거린다. 온몸에 전율이 온다. 그 행복감은 어찌나 큰 지. 들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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