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 접어든 삼성 사업재편 차질…내년 사업계획 조정 불가피

입력 2014-11-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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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반에 접어든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삼성중공업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분할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갖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회사에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승인받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주식매수청구를 받았다. 그 결과 주주들이 매수를 요구한 주식 규모가 두 회사가 제시한 한도를 넘어섰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각각 9235억원, 7063억원으로 두 회사가 정한 매수대금 1조3600억원보다 약 2600억원을 초과했다.

무엇보다 합병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계속 하락한 영향이 컸다. 합병 기준가격이 주가보다 높은 만큼 시세 차익을 남기기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과 개인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합병을 발표하면서 주식매수대금이 총 9500억원(지분율 15.1%), 삼성엔지니어링은 4100억원(16.0%)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 계약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 무산으로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숨가쁘게 진행해온 사업 재편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올 9월까지 최근 1년 새 8번이나 그룹 내 사업을 재편했다. 지난해 9월 당시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떼어 내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에 넘겨줬다. 같은 달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했다. 10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에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매각했다. 11월엔 삼성에버랜드가 급식 식자재 사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물적 분할하고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넘겼다.

3월 31일 삼성SDI가 옛 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한 데 이어 이틀 만인 4월 2일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합치기로 결의했다. 삼성종합화학, 삼성SDI의 통합법인은 각각 6월과 7월에 출범했다. 삼성은 아울러 삼성SDS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제일모직의 상장을 결정했다. 9월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연내 합병을 결정했다.

특히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결정으로 삼성그룹 사업 구조 개편이 전자, 중화학을 지나 건설·중공업 부문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으로 건설·중공업 부문에 대한 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 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 부문까지도 재정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합병 불발로 당장 내년 사업계획을 재조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의 도약을 공언해왔다. 오일메이저를 비롯한 고객들에게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

삼성중공업은 합병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호주 익시스 CPF(30억 달러),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30억 달러) 등 이번 합병 불발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형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합병 불발로 인한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과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오너 일가 보유 지분은 없다. 더불어 두 회사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도 포함되지 않은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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