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중국의 굴기는 우리에게 기득권 포기를 요구한다

입력 2014-11-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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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중국 경제의 굴기는 눈이 부시다. 30년 전만 해도 싸구려 옷, 잡화나 만들었던 나라가 이젠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가 됐다. 정교한 스마트폰으로부터 자동차, 거대한 유조선에 이르기까지 중국제가 세계 시장을 휩쓴다.

하지만 겁만 낼 필요는 없다. 중국 경제의 굴기는 한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원래 동네에 큰 부자가 나면 주변 이웃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부잣집에는 일거리도 많고, 그 식구들이 돈을 쓰면 그 덕도 볼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큰 수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을 위해 한국제 원자재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인 중에 부자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우리에게는 또다시 관광과 소비재 수출로 큰 돈을 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급 농산물의 수출도 좋은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굴기는 한국 경제에도 재도약의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한국 사회가 유연하게 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서 한국 사회도 그들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중국의 굴기는 한국인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들이 제조업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동안 한국 제조업은 곤경을 면할 수 없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중국 사람들이 돈을 쓰고 싶어하는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더욱 큰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러자면 재미있는 볼거리와 안전한 먹을거리와 믿을 만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가 만들어내는 기회에 올라탈 수 있도록 유연한 사회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국의 굴기를 맞는 한국인의 자세여야 한다.

만약 그렇게 못 하면 중국의 발전은 우리에게 돌이키기 힘든 재앙이 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우리가 앞서 있는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우리의 기업들을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은 이미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STX가 부도를 내고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증거들이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석유화학과 자동차, 전자산업 등 한국이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따라잡힐 것이다. 마치 한때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일본 기업들이 한국 제조업 기업들에 의해서 따라잡혔듯이 말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의 유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점점 더 몸이 굳어 가는 다발성 경화증, 그것도 중증환자가 되어 가고 있다. 노조는 강고한 이익집단이 되어서 새로운 생산라인 하나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식당이든 두부 장사든 무엇하나 성공을 하면 경쟁업체들이 들고 일어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라고 아우성을 쳐댄다. 우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IT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운수업을 시작하려 하니 기존 면허제를 위반했다며 고소·고발이 들어온다.

제조업, 유통업, 농업, 의료, 어느 분야에서든 창의적이고 성공적인 것들은 뒷다리가 잡히는 세상이 됐다. 안 그래도 규제가 심한 사회에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들어와 더욱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 사회의 유연한 변화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과 함께 발전하기는커녕 욱일승천하는 중국 기업들에 압살당하고 말 것 같다.

이제라도 다시 시작하자. 지금까지 당신이 무엇을 해왔든, 무엇으로 먹고 살아왔든 다 잊으라.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리해 보라. 그 답이 나왔다면 당장 그 일에 착수하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도, 대한민국도 추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당장 변화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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