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KB금융 사외이사와 토사구팽(兎死狗烹)

입력 2014-10-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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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이 어렵사리 차기 회장을 맞게 됐다.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다. 총자산 300조원, 2만5000여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수장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대 내외적인 눈길들이 그늘져 있다. 올해 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부터 도쿄지점 직원 비리사건, 그리고 자살. 이후 행장과 회장의 갈등으로 동반퇴진까지 불러일으킨 KB금융사태. 이 모두 열 달 동안 KB금융그룹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만신창이가 된 만큼 조직 안정과 함께 재도약을 동시에 일궈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에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그는 지난 2008년 KB금융그룹이 출범한 이래 첫 내부 출신 회장 내정자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이 정풍과 관치 등 ‘보이지 않는 손’ 작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휴유증이 남았다. 막판 최종 결정을 앞두고 노동조합이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하고 나서면서 뒤끝이 개운치 않다. 노조가 기득권을 챙기려 안간힘을 쓰다보니 윤 내정자의 개혁에 한계점이 명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회추위 투표를 앞두고 노조가 윤 내정자를 지지한다는 설은 공연한 사실로 전해졌다. 이에 알게 모르게 윤 내정자는 공식적인 취임 전에 노조에게 빚을 진 셈이다.

어찌됐던 윤 내정자로 인해 KB금융그룹은 회장과 행장이 공석인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발판을 마련했다. 최대 현안이었던 회장 선임 작업이 일단락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회장과 행장의 동반퇴진을 불러온 KB사태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자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은 일정 부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은 것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KB금융 이사회다. 그 동안 그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질문이 던져졌을 때마다 “차기 회장 선임이란 눈앞의 현안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은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KB금융 이사회는 KB사태의 한 축을 담당했으면서도 지금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에 이번 차기 회장 선임과정에서도 KB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사외이사들이 그럴 권리가 있느냐는 곱지 않는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사실 KB금융 사외이사는 국내 금융 지주사 가운데 가장 많은 92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는 5460만원으로 이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래서 일까. 차기 회장이 선임되면 당장 책임지겠다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이제 와서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김영준 회추위원장은 회장 선출이 끝난 뒤 책임론과 향후 거취에 대해 “현재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경재 의장 역시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이라는 과제가 끝났다. KB금융 안팎에서 이사회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 내정자를 선임한 KB금융 회추위는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윤 내정자는 과거 KB금융 회장들이 이사회와 결탁했다가 결국 옷을 벗은 사례가 많은 만큼 이사회 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리딩뱅크라는 위상을 추락시킨 KB금융 이사회, 참패를 거듭해온 KB금융인다. 2000만 고객들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는다’는 의미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통렬한 멘트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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