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임박한 테이퍼링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입력 2021-07-14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확장적 경기부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양적완화(Quantative Easing, QE) 프로그램은 연준이 채권을 사들이는 형태로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은행들은 낮은 이자율로 필요한 곳에 자금을 빌려준다. 저금리에 기인한 낮은 차입 비용은 기업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결국 일자리와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그리고 고용이 증가하면 전반적인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 성장률도 함께 높아진다.

경기부양 프로그램은 일시적으로 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며,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후 연준은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자산 매입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Tapering)은 연준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한 양적완화를 축소 또는 철회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면 기존 확장적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자산 가격의 거품과 함께 경기과열로 이어진다. 테이퍼링에 대한 검토는 연준이 양적완화가 제공한 지원을 철회할 만큼 경제 회복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된 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조만간 채권 매입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즉 미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회복 속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향후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절하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경제 회복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통화정책 변경을 위한 경제지표에 ‘상당한 진전’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테이퍼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 회복 추세가 가시화되고 있고, 투자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최근의 물가 상승 추세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월 1.7%에서 3월 2.6%, 4월 4.2%, 5월 5.0% 상승하였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만 보면, 2008년 5월의 5.3%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연준 관리들은 6월 회의에서 월 기준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그 후 대부분의 연준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에 폭넓게 동조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 발표된 일자리 증가 규모와 목표치 이상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준은 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 목표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근거들은 연준이 조만간 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준의 테이퍼링 정책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2013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테이퍼링을 언급한 후 같은 해 말 테이퍼링을 시작하였고, 2014년에 완전히 종료되었다. 2013년 12월까지 경제는 연준이 경기 부양책을 축소하는 데 자신감을 가질 만큼 강해졌고, 연준은 12월 회의에서 QE를 100억 달러 감소시켰고, 이후 감소 규모를 월 기준 750억 달러까지 확대하였다. 2014년 1월에는 경제 상황이 지속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QE의 추가적인 축소를 발표하였다.

당시 연준이 경기 부양책을 철회하더라도 시장은 튼튼한 경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이전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은 2013년 하반기부터 안정되었고, 투자자들은 QE 감소에 대한 충격에 점차 익숙해졌다. 즉 연준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러한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2014년부터는 경제 회복이 본궤도에 올라서면서 당시 연준의 테이퍼링 정책이 적절한 시점과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시장은 경제가 개선되면 연준이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준이 8월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을 전후로 자산 매입을 줄이는 전략을 발표하고, 연말 혹은 내년 초부터 자산 매입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 채권 이자율은 상승하고, 주식시장은 변동성 위험에 노출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논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테이퍼링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뺑소니까지 추가된 김호중 '논란 목록'…팬들은 과잉보호 [해시태그]
  • 높아지는 대출문턱에 숨이 ‘턱’…신용점수 900점도 돈 빌리기 어렵다 [바늘구멍 대출문]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단독 대우건설, 캄보디아 물류 1위 기업과 부동산 개발사업 MOU 맺는다
  • 하이브 "민희진, 투자자 만난 적 없는 것처럼 국민 속여…'어도어 측' 표현 쓰지 말길"
  • 어린이ㆍ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 KC 인증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
  • 단독 위기의 태광그룹, 강정석 변호사 등 검찰‧경찰 출신 줄 영입
  • 막말·갑질보다 더 싫은 최악의 사수는 [데이터클립]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504,000
    • -1.37%
    • 이더리움
    • 4,086,000
    • -2.71%
    • 비트코인 캐시
    • 617,500
    • -4.04%
    • 리플
    • 718
    • -0.42%
    • 솔라나
    • 220,500
    • +2.04%
    • 에이다
    • 633
    • +0.32%
    • 이오스
    • 1,113
    • +0.27%
    • 트론
    • 174
    • -1.14%
    • 스텔라루멘
    • 147
    • -1.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600
    • -1.98%
    • 체인링크
    • 20,400
    • +6.14%
    • 샌드박스
    • 600
    • -2.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