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허브는 옛말...세계화로 뉴욕.런던.홍콩 매력 퇴색

입력 2019-12-12 14:59 수정 2019-12-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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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금융 허브로 손꼽혀온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홍콩이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은 금융면, 인재면, 그리고 물리적인 면의 인프라를 갖추고 세계에 열린 환경을 공유해 왔지만, 세계화가 후퇴하면서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홍콩 모두 자국 우선주의 색채가 강해지면서 3대 금융 허브 역시 세계화의 거점이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여기다 높은 생활비와 경기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런던의 경우,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유일하게 잔류를 지지한 지역이었다. 현 보리스 존슨 정권은 브렉시트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완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까지 띄웠지만, 런던 시민의 3분의 2가 브렉시트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이다. 영국은 금융 및 법률 자문 등 서비스 분야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그 절반 가까이를 런던이 담당하고 있는데, 영국이 새로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서비스 수출은 규제면이나 라이선스면에서 새로운 장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우선, 금융 서비스 회사들은 런던에서 EU 전역에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패스포트 권한’을 잃을 수 있다. EU의 디지털 단일시장이 인터넷세와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런던의 디지털 산업은 새로운 벽에 직면할 수 있다. 서비스업에 있어서는 영국-EU 간 자유로운 왕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위협이다. 싱크탱크 센터포런던에 따르면 런던에서 정보·기술(IT) 산업과 전문·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10%, 금융업의 12%, 숙박 및 음식 서비스 산업의 32%를 영국 이외 EU 시민이 차지하고 있다.

홍콩이 직면한 현실은 더 가혹하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당시 홍콩은 중국 본토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웠다. 이후 부의 격차가 축소하고, 중국 상하이와 선전이 금융 허브로 부상했다. 그러나 자유의 격차는 중국이 시진핑 정권 하에서 권위주의 색채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확대했다. 범죄자의 본토 송환을 가능하게 하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안은 홍콩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이 홍콩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움직임처럼 보였다. 그것이 몇 달 동안 계속된 폭력 시위의 계기였다.

송환법안은 철회됐지만, 이런 대립은 홍콩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을 부각시켰다. 실제로 시위대 중 일부는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기대했다.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홍콩은 여전히 중국에서는 우수한 금융 허브다. 그러나 갈수록 격화하는 불화와 중국 정부의 간섭 심화는 홍콩의 자치권이 훼손됐다고 미국 정부가 결론지었을 경우 제재가 부과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그 매력이 쇠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은 천천히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간 위치로서 홍콩의 가치는 떨어진다.

뉴욕의 문제는 정치적이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이 크다. 런던과 달리 금융권의 고용은 금융 위기 이전을 정점으로 한 번도 회복된 적이 없다. 그 감소분을 보충하고 있는 게 소셜미디어와 첨단 기술 관련 기업이다. 그러나 뉴욕시의 경쟁력은 저하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해외에서의 이주자가 감소하는 한편,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가 증가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감소세를 보였다.

그 원인의 일부는 뉴욕시 자체에 있다. 우선, 높은 주거 비용과 세금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 일부에서 패자가 된 측면이 있다. 2017년에 발효된 감세 조치는 주세, 지방세 공제를 제한함으로써 뉴욕 등 세율이 높은 도시와 주의 납세자에게 불리해졌다. 뉴욕은 민주당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다.

싱크탱크 어번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현행법 상 뉴욕의 부유층 1% 중 29%의 세금 부담이 이전보다 증가했다. 반면 텍사스는 5%에 불과하다. 이는 아무리 돈이 잘 벌려도 뉴욕을 사업 거점으로 삼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역시 거주지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기면서 이 문제를 강조했다.

WSJ는 런던, 홍콩, 뉴욕 3개 도시의 매력은 각각이 가진 독특한 세계화에 의한 것인데, 현안 해결이 안 되면 매력은 더욱 저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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