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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에 휘청대는 중소기업....환불ㆍ사과에도 막무가내

입력 2019-04-17 17:28 수정 2019-04-17 17:44

'임블리 환불사태' 등 기업들 피해호소

최근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악성소비자(블랙컨슈머) ‘퇴치’다. 블랙컨슈머의 도 넘은 ‘갑질’에 소송이나 블랙컨슈머 대비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기업들이 예전과는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 블랙컨슈머의 지나친 행동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과 소형 식품업체들은 블랙컨슈머로 인해 기업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는 등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이른바 ‘갑질 금지법’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명, 사과, 환불에도 끝없는 공격...블랙컨슈머와의 전쟁

기업들은 블랙컨슈머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반격을 자제하는 업계의 관행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17일 이른바 ‘임블리’로 유명한 부건에프엔씨는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악플러 및 블랙컨슈머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부건에프엔씨의 임지현 상무는 소셜네트워크(SNS) ‘스타’로 유명세를 타면서 패션제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업체를 창업했다. 일명 ‘임블리 호박즙’은 붓기 제거에 효과가 있다며 SNS에서 큰 인기를 끈 제품이다. 일부 구매자가 곰팡이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했는데 임블리 측에서 전체 환불이 아닌 해당 제품을 교환해주겠다는 초기 대응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부건측이 환불 조치에 나섰지만 블랙컨슈머들은 부당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일부 직원의 개인사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회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회사는”힘든 시기에 갑자기 제품의 하자를 주장하며 과도한 피해 보상 요구, 안티 계정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거래처 압박 등이 급증하고 있다”며 “건전한 비판과 요구를 넘어선 주장들에 유무형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법적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 상무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임직원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게시글에 대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사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활발한 홍보로 성장해 왔고 회사 및 제품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알기에 공식 대응을 최대한 자제했다”며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돼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스타그램 내에 소비자 제보를 모으고 기업 불매운동을 펼치는 SNS도 생겨났으며 이들은 해외 계정들과 판매 거래처에까지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대응할 엄두도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한 식품업체 대표는 “이물질이 나왔다며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식의 지속적 협박은 물론 지나친 보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등 회사 운영에 심각한 방해를 한다”며 “해결되는 시점에는 이미 회사와 제품의 이미지는 나빠지고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명백한 범법...관련 법안 마련 움직임도.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악덕 소비자에 대한 대처법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LG생활건강 등 유통대기업들은 문제행동의 소비자에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북을 자제적으로 만들어 전 점포 고객상담실과 협력사에 배포하고 있다. △폭행·폭언·위협적인 행동·성희롱 등 주요 사례별 응대 방법 △고객상담실에 사전녹음안내시스템 설치 △폭언·성희롱 등 위협 시 상담원의 선제적인 통화 종료 등이 주된 내용이다. 고객의 위법 행동 시 적용할 법률 조항 및 법적 처리 절차도 포함돼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허위사실 유포자들이나 블랙컨슈머들의 행동은 불법적인 요소가 많다.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된다. 최대 7년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에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관련 게시물이나 악성 댓글을 지속적으로 다는 것도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 부건에프엔씨의 사례처럼 임직원에 대한 비난을 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서 하는 갑질들이 불법일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도 합당한 요구의 선이 어느정도인지 교육을 통해서 적극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갑질을 했을 경우에는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알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컨슈머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며 관련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블랙컨슈머 갑질 금지법안을 발의했고 국회에 계류중이다. 김경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악성 민원제기 소비자에 대해 법률적·체계적인 대응이 특히 취약한 온라인쇼핑몰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돈 쓰면 왕?..의식개조 필요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 중 문제를 제기하는 비율은 3% 정도다. 특히 블랙컨슈머는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이 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악성 소비자들의 부당한 요구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악의적이고 지능적으로 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경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비용은 선량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배경에는 이른바 ‘돈을 쓰면 왕’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1106명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아르바이트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1%에 달했다.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 폭언들의 대표적 갑질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소비자들과의 활발한 소통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개조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갑질 행위로 인한 처벌 가능성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객의 잘못된 점을 알려주는 것이 고객 스스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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