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WD 화해…남은 걸림돌은 각국 독금법 심사

입력 2017-12-12 09:16 수정 2017-12-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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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참여로 중국 심사 장기화할 수도

▲일본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갈등을 봉합했다. AP/연합뉴스
▲일본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갈등을 봉합했다. AP/연합뉴스

일본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6개월여만에 화해했다. 각국의 반독점 심사가 남은 과제다.

1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와 WD가 이날 화해 각서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매각을 둘러싸고 반년 이상 끌어왔던 법정 투쟁을 끝내며 협력 관계를 재구축한다.

WD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와 화해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고등법원에 제기했던 소송도 취하했다. 도시바도 도쿄 지방법원에 냈던 WD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갈등이 봉합되면서 양사는 욧카이치 공장의 합작 계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며 2021년 이후 가동이 예정된 기타카미 공장에도 공동 투자할 방침이다.

앞서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에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로 위기를 맞았다. 올해 2월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마련 방안으로 메모리 사업의 매각을 결정했다. 도시바와 협력 관계에 있던 WD는 타 기업이 사업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제3자 매각을 반대했다.

도시바는 WD가 속한 진영에 메모리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9월 말 미국 베인캐피털과 한국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에 매각을 최종 결정했다. WD는 곧바로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도시바가 추진하는 반도체 메모리 공장의 증산 투자를 금지하도록 제소했다. 도시바 측은 욧카이치 공장 공동 투자에서 WD를 제외하며 강도 높게 대응했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강경하게 반대해온 WD가 태도를 바꾼 것은 메모리 제품 조달에 대한 우려 탓이다. WD는 10월부터 도시바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응해왔다. 두 회사는 11일까지 경쟁사의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개입 제한 등 WD의 요구에 합의하고 화해할 방침이다.

매각이 늦어지면서 지난달 도시바는 2분기 연속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6000억 엔(약 5조7516억 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했다. 증자로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지만 금융 기관의 지원을 계속 얻기 위해 내년 3월 말까지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의 두 가지 장애물 중 하나인 WD와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도시바는 매각 완료에 한 걸음 다가갔다.

남은 절차는 각국의 독점금지법이다. 심사 진행에 따라 매각 완료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당국의 심사가 기한 내에 끝날지가 관건이다. 도시바와 경쟁 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가 매각 자금을 출연하기 때문에 반독점 심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인 베인캐피털과 협력해 심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메모리 사업의 매각 이후에도 도시바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도시바 영업이익의 90%가 메모리 사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각 이후 도시바의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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