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24] 증안기금ㆍ기업공개 주도…증권史 반세기 이끈 ‘영원한 현역’

입력 2016-08-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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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 1950년대부터 반세기 인연…정부 입김 벗어난 첫 협회장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이 2014년 자신의 미수연을 겸해 증권업계 반세기 역사를 담은 회고록 출판기념회 열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이투데이DB)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이 2014년 자신의 미수연을 겸해 증권업계 반세기 역사를 담은 회고록 출판기념회 열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이투데이DB)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1950년대 증권업계에 투신해 무려 60여 년 가까이 현업에서 증시의 역사를 만든 인물이다. 업계 부동의 1위로 삼보증권의 오너 경영자로서 강 전회장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선구자의 면모를 보였다. 증권업협회장을 지냈던 1990~1993년에는 당국에 ‘증시안정기금’ 조성을 제안해 혼란스러웠던 증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를 ‘증권계의 대부(代父)’로 기억하고 있다.

◇ 우연히 증권업 투신…삼보증권 인수 1년 만에 업계 1위로 = 강 전 회장은 1927년 충청남도 예산군에서 태어났다. 서울에 있는 경성상공학교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한 탓에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

사회생활은 전쟁이 끝난 뒤 동아건설(당시 충남토건)에서 시작했다. 건설업에서 출발한 김 전 회장과 증권업계의 인연은 우연한 계기였다. 1957년 동아건설 경리부장이었던 김 전 회장의 건의에 따라 동아건설이 흥일증권을 인수하게 된 것이었다. 당시 최준문 동아건설 사장은 흥일증권의 상호를 동명증권으로 바꾼 뒤 관련된 업무 일체를 김 전 회장에게 일임했다. 동명증권 상무로 발령을 받은 김 전 회장은 이 때부터 증권업의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강 전 회장이 증권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것은 1964년 직접 삼보증권을 인수한 뒤부터다. 당시 삼보증권은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였다.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었다. 그는 1970년대까지 증권사 지점을 지방으로 많이 늘리면서 증권을 일반인이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주역으로 꼽힌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증권사 지방점포의 대부분은 삼보증권 지점이었다.

삼보증권은 단순히 거래 규모만 1위였던 게 아니라 최신 경영 기법으로 주목받았다. 72년 증권업계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하고 직원 급여를 두 배로 올렸다. 기획조사부를 처음 만들어 시장과 기업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시작했고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미국 경영대학원(MBA) 출신과 공인회계사들을 채용하기도 했다. 증권회사로서는 처음으로 해외진출을 준비하거나 기업공개(IPO) 주선 업무에 뛰어들어 업계의 외연을 한층 넓힌 일도 중요한 발자취로 기억된다.

◇ 업계 의지로 선출한 첫 증권업협회장 = 혹독한 시기도 있었다. 1979년 정부의 증권시장 규제로 건설주 주가가 크게 떨어진 ‘건설주 파동’이 계기였다. 미수금계좌가 급등한 가운데 1982년에는 삼보증권의 시재금(환불 요구 등에 대비해 금융회사가 준비하는 돈) 부족 사태가 터졌다.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 전 회장은 전 재산을 팔아 부족한 시재금을 메운 뒤 삼보증권을 대우그룹에 넘겼다. 김 전 회장이 삼보증권을 인수한 지 19년 만의 일이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던 김 전 회장이 증권업계에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수 년 뒤였다. 1989년 3월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종합주가지수가 1990년 9월17일 종합주가지수는 566.27을 기록할 만큼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던 시기였다. 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헤쳐갈 증권업협회장으로 강 전 회장을 추대했다. 이전까지 협회장 자리는 정부의 입김이 좌우했던 것과 달리 강 회장은 업계의 의지로 선출한 첫 협회장이었다.

증시가 급락할 경우 이를 막는 데 쓸 공공기금인 ‘증권시장안정기금’을 설립한 것은 증권업협회장으로서 강 전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강 전 회장 자신도 증권인생 중 ‘가장 잘 한 일’이라고 꼽는다. 강 전 회장은 증권회사, 은행, 보험회사, 상장기업 등을 설득해 4조원을 끌어모았다. 민간 주도의 증권시장안정기금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기금은 고비 때마다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강 회장과 함께 증권업계를 일군 이들은 그를 ‘겸손하고 강직한 증권인’이라고 기억한다. 증시안정기금을 함께 만들었던 정영의 전 재무부 장관은 “강 회장은 강인한 의지로 일을 열정적으로 밀어붙이는 한편 정책 당국 입장도 역지사지로 생각해주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강 전 회장은 증권업계 내 후배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선배’로 기억되고 있다.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은 강 전 회장에 대해 “국내 자본시장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며 “인품, 카리스마, 경영능력 등으로 국내 증권업계에서 선후배들에게 두루 존경을 받고 본보기로 꼽힌다”고 말했다.

격동의 세월에 증권업계의 중심에 있었던 강 회장은 증시가 안정을 되찾자 1993년 4월 협회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비엔지(B&G)증권 명예회장으로 재직하다 2013년 12년 물러나 반세기만에 증권업계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지난 2014년에는 증권인생 회고록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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