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도전하는 여성⑭]‘제2 김우빈ㆍ이종석’ 발굴…런웨이 밖 영원한 전성기 꿈꾼다

입력 2016-08-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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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미 씨제스모델에디션 이사

▲노선미 씨제스모델에디션 이사가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설립한 씨제스 모델 에디션 이사로 자리해 20여년 간의 모델업계에 몸담으면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모델을 키워내고자 후배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노선미 씨제스모델에디션 이사가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설립한 씨제스 모델 에디션 이사로 자리해 20여년 간의 모델업계에 몸담으면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모델을 키워내고자 후배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때론 도전 의식이 외부로부터 온다. 특히‘네가 이걸 할 수 있겠어?’ 혹은 ‘네가 뭘 할 줄 알겠니’ 등 자신에 대한 외부의 낮은 평가는 도전에 나서는 데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한다. 오기로 시작한 도전일지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험난한 여정을 나설 준비가 됐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물론 준비된 도전이 아니기에 예기치 못한 위험에 맞닥뜨리게 되고, 우왕좌왕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성공의 열쇠를 쥐느냐 여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15년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계 곳곳을 누빈 세계적인 모델 노선미가 씨제스모델에디션 이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처럼 말이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깨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통상 모델이 성공을 위해 밟는 코스는 방송가 진출이다. 수많은 런웨이 경험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한 데다 우월한 몸매까지 갖추고 있으니 방송가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익숙하던 런웨이를 내려와야 할 때쯤 모델들은 제 2의 꿈을 찾아 방송가로 떠나는데 노선미 이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기업가로 변신한 것.

“저는 좋은 얘기보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자극에 민감한 것 같아요.‘왜 못해?’라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밌었죠. 처음에는 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연락을 받고 3일 동안은 ‘멘붕’ 상태였어요. 고민이 많았죠.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도 있겠지만 험난할 수도 있는 길에 뛰어들어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간 모델 계에 있으면서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쉬고 싶은 마음도 컸었고요”

노 이사는 JYJ와 최민식, 이정재, 설경구 등 43명이 소속돼 있는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존재조차 몰랐단다. 그만큼 연예계와는 인연을 맺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결심하게 된 데는 백창주 대표의 경영관과 노 이사가 나가고자 하는 목표와 방향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외부 유명 모델 영입을 통한 단순한 수익 구조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아카데미와 에이전시를 병행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키워내는 데 노 이사의 능력을 집중해달라는 것이었다. 제 2의 김우빈, 이종석 같은 숨은 보석을 찾길 원한 것이다. 현재 씨제스모델에디션에는 22명의 모델이 소속돼 있다. 아카데미는 시작한 지 약 9개월 됐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거친 학생들이 3개월간 배운 것이 헛되지 않게 철저하게 교육해 혼자서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구상하고 있다.

“사람은 살면서 계획했던 하지 않았던 기회들이 계속 찾아오죠. 저는 인생의 반을 살았어요.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겁을 먹겠지만 제 경험상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기회가 왔을 때 ‘일단 해보자’라고 마음먹기로 했어요. 꼭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일하는 거죠. 특정 목표를 두고 쫓아가면 균형이 깨져요. 오는 기회를 막진 않되 적절한 선택으로 훨씬 더 좋은 회사, 더 나은 삶을 만들고 싶어요.”

노 이사가 삶의 여유 속에서 행복을 찾는 기쁨을 알게 된 데는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모델 에이전시 디씨엠(DCM)에서 약 15년 동안 몸담고 있으면서 쌓아온 경험도 큰 몫을 했다.

1994년, 또래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인 23세에 모델 업계에 발을 들인 노 이사는 탁월한 신체조건 덕에 주목받았다. 하지만 데뷔 후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당시는 개성보다는 공주 같은 예쁜 이미지를 시장에서 선호했기 때문.

“불안하고 초조했죠. 매일 허덕이면서 언제 나에게 일을 줄지 몰라서 전화기만 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모델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었죠. 모든 걸 거의 포기한 상태였어요.”

3개월간 아르바이트로 120만원을 벌어 아카데미를 등록하고자 부산에서 나홀로 상경할 당시의 열정과 의욕은 온데간데 없었다. 현실에 부딪혀 지칠 만큼 지쳤다. 그때 나이가 27세. 노 이사가 꿈을 내려놓고 포기하려던 찰나 위기를 기회로 바꿀 묘수를 찾았다. 바로 해외 진출이었다. 국내 시장의 ‘쓴맛’을 본 노 이사는 미련없이 1998년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정말 독을 품었죠. 이게 기회다 싶더라고요. 한국에서 안 된다고 고민하는 것보다 우선 가서 부딪혀 보자고 생각하고 떠났죠. 프랑스 모델에이전시와 3년간 계약하고 활동했어요. 해외 현지 반응도 좋았죠. 미국 뉴욕과 스페인에서도 진출하고 많은 경험을 쌓았어요. 그런데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보니‘내가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기회가 많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양에서 동양인이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서른을 앞둔 모델과 15~16세 어린 모델은 비교가 안 돼요. 심적으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결국 서른 되던 해 한국에 돌아왔어요”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 노 이사는 해외 활동을 하면서 일군 성과를 높게 평가받아 톱모델 반열에 올랐다. 엄청난 성장이 이뤄져 있던 것이다. 프랑스에 가기 전과는 전혀 반대 상황이 돼 버렸다. 홍진경, 박둘선, 송경아, 장윤주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디씨엠 소속 모델로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약 6년간 쉼 없이 달려온 노 이사는 33세가 되던 해 또 한 번 결심을 한다. 자신의 모델 생활을 되짚어 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던 터라 주위를 살피는 여유를 갖고 싶었고, 모델로서의 삶을 평가하면서 길지 않은 모델의 생명력을 대신할 제 2의 꿈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다시 프랑스 에이전시에 연락을 해 3개월 계약을 하고 떠났다.

“일과 삶에서 여유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가니 세상에 새로워 보이더군요. 3년간 파리에 있었는데 그때는 돈을 못 벌어 주급으로 알뜰살뜰 살고 여행은 꿈도 못 꿨죠. 그곳의 삶을 제대로 느껴볼 여유가 없었어요. 3년보다 3개월간 얻은 게 더 많았어요. 지독하게 외로워 봤고, 미친 듯이 행복하기도 했고요. 참 겁 많은 아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는데, 대범함이 있다는걸 깨닫게 해줬어요.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한 거죠. ‘내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생각하니 또 다른 삶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노 이사는 과욕이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적절한 시기에 자신이 가진 것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줄 아는 현명함을 보였다. 화려했던 과거에 얽매여 앞을 보지 못하고 현재의 가치까지 잃어버리는 미련한 삶은 원하지 않았다. 모델 생활은 36세에 마무리했다. 캐스팅 요청이 와도 단칼에 거절했다.

“누구에게나 끝은 있고 영원한 것은 없어요. 나이가 들어서 톱모델이 되니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서 예뻐보이지 않을 때가 있죠. 매니저에게 ‘그런 순간에 나를 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 달라’고 말했어요. 병들어가게 그냥 두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죠. 시간이 흘러‘노선미도 이제 늙었어’라는 말이 들리고, 혼란스러웠는데 매니저가‘정리할 때가 된 것 같아’라고 말해주더라구요. 스케줄이 적지 않았는데 대번에 정리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죠.”

이제 노 이사는 자신이 20년간 쌓은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톱 모델을 키워내는 일에 주력한다. 삶 속에서 행복의 가치 찾고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직원들과 후배들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만 행복한 것도 싫고 상대만 행복한 것도 싫어요. 디씨엠에서 6년 반 동안 원장으로 자리해 조직 생활을 해보고, 후배들을 키워냈던 경험이 큰 공부가 됐어요. 그 회사 덕에 내가 한국에서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내 평생의 애인’같은 느낌이랄까요. 씨제스모델에디션을 시작하면서 그곳에서의 경험이 더 소중하게 와 닿았죠. 리더라고 해서 너무 격을 따져 스스로 외로워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 힘쓰는 직원들과 후배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도약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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