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장 하루 '1천만원' 벌어…사외이사 회의 한번 500만원

입력 2014-09-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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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금융지주회사의 하루 평균 수입이 1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간 총수입은 최대 30억원을 넘는다. 지주 회장이나 금융당국의 지시만 받들어 '거수기'라고 비난받는 사외이사들도 회의 한 번에 500만원 넘게 받는 거액 연봉을 챙긴다.

이들은 막대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경영에 대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다. 주주들의 돈인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의 연봉 책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적과 연계해 성과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금융지주 회장, 상반기 연봉 평균 16억…최대 24억원 달해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한국씨티 등 4개 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평균 16억원을 벌었다.

총보수 16억원은 현찰로 지급되는 기본·성과급과 3년 뒤 지급받는 성과연동주식(반기말 주가 적용)이 약 절반씩이다.

최근 이사회로부터 해임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상반기에 기본·성과급으로 6억원을, 성과연동주식으로 4억1천만원을 받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의 경우 당국의 직무정지 제재를 받은 데다 이사회가 해임한 만큼 성과연동주식 지급은 회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한동우 회장과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임 전 회장보다 보수가 더 많았다.

김 회장은 17억1천만원, 한 회장은 12억9천만원을 기본·성과급 및 성과연동주식으로 각각 받았다.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은 상반기에 무려 23억8천만원을 챙겼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하 회장은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으므로 연봉 수준에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지주 회장으로서의 연봉은 2억3천500만원이며 나머지는 은행장으로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상반기 평균 보수 16억원을 상반기 근로일수(공휴일을 제외한 122일)로 나누면 하루에 1천300만원꼴이다.

간혹 공휴일에 출근하는 경우를 고려해 상반기 전체일수인 181일로 나눠도 880만원이다. 하루 일당이 1천만원 안팎인 셈이다.

이들 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에도 연평균 보수로 27억5천만원을 받았다. 김정태 회장이 30억8천만원(성과연동 주식에 연말 종가 적용)으로 가장 많았다.

보수의 적정성 논란은 지주 사외이사도 예외가 아니다. KB 사태에서 소신 없이 당국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 KB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연간 1억원 넘게 받았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KB금융 1억1천500만원, 씨티 1억700만원, 하나 6천100만원, 신한 5천400만원 순이다.

지난해 9번의 이사회를 개최한 신한금융을 비롯해 하나(11회), KB(20회) 등 금융지주사들의 이사회가 한해 9~20회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사외이사들은 회의 한 번 참석하면서 500만~600만원씩 받는 셈이다.'

◇ 실적 반토막나도 연봉 30억 넘어…성과급만 17억원

그룹 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금융지주사 회장이 실제 경영성과에 비춰 적절한 보수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은 실적 부진에도 매년 수십억원의 연봉을 챙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올해 들어 전 직원의 15%인 65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56개 점포를 감축한 씨티은행은 그 여파로 2분기에 7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하 회장은 상반기에 무려 23억8천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지난해 연봉도 29억원에 달한다.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금융지주사 회장이 금융권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30억8천만원의 연봉으로 금융지주사 회장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문제는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이익이 9천930억원으로 2012년의 1조7천292억원에 비해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김 회장은 3만9천580주의 성과연동주식을 받았다. 연말 종가(4만3천900원)로 계산하면 무려 17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은 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형편없는 실적을 거뒀다면 회장 연봉도 그에 맞춰 낮추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거액의 연봉을 받고자 한다면 그 책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주들의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취임한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겸임하고 있으면서도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적은 10억원 미만을 받았다.

우리금융의 경우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어, 민간 금융지주사처럼 회장 연봉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 사외이사 고액연봉은 거수기 대가(?)…"권한 맞는 책임 지워야"

옥상옥(屋上屋) 구조로 군림하는 사외이사들이 회의 한 번에 500만~600만원씩 받는 연봉에 걸맞은 역할을 했는지도 논란거리다.

KB 사태에서도 사외이사들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했었다. 임영록 전 회장에게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에 관한 보고를 받아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 내분 사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임 전 회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할 뿐,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한다는 사외이사의 역할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러던 사외이사들은 임 전 회장의 '항명' 후 금융당국이 압박을 가해오자 임 회장을 전격적으로 해임시켰다.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에 반발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후 "제발 가처분 결정이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읍소했지만 소용 없었다. 임 전 회장의 가처분 신청 후 하루만에 그를 해임시킨 사외이사들의 모습은 이번 KB 사태를 둘러싼 관치금융의 '절정'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문제는 사외이사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회장과 은행장의 선출에 관여하는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도 정작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임 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물러나고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마저 사퇴 압력을 받고 있지만 사외이사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다른 지주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사외이사들이 회장이나 금융당국의 '거수기' 역할만 할 뿐 고액 연봉에 걸맞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은 제대로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은 "고액 연봉과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도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사외이사들은 이제 금융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을 뿐"이라며 "앞으로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법률 제ㆍ개정 작업에서 금융지주사 회장과 함께 사외이사 개혁을 최우선 순위로 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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