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위임의 기술-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입력 2013-04-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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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을 받던 대기업의 한 임원이 상사의 의사결정 의존도가 높은 한 팀장의 문제를 호소해왔다. 이 정도는 알아서 진행해도 될 법한데 매번 의사결정을 받아 진행하려고 하니 전체 팀 업무 속도가 지연될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믿고 따를 만한 팀장으로 비춰질까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웬만한 것들은 스스로 알아서 처리를 해줄 법도 한데, 사소한 것까지 코칭을 원한다면 충성심으로 보기보다는 때론 귀찮을 수도 있다.

상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위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다. 부하가 의존도가 높은 것과 상사가 위임을 못하는 것은 한 현상의 다른 모습이다. 물론 이 둘 중에 더 본질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사람이나 관계상의 문제는 선후를 따지는 것보다 변화 가능한 쪽부터 변화시키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원인은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는, 끊임없이 서로 피드백되는 구조로 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제 현상 간의 상호 인과성을 중시하는 시스템 사고를 리더와 팔로워 간의 관계에 적용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무를 설명할 시간에 내가 해버리면 간단하다. 시키는 것보다 내가 하는 편이 결과도 더 낫다"라고 상사가 생각하는 순간, 부하는 "아침에 5분만 바보 행세하면 하루 종일 편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 상사는 믿고 맡길 만하지 못하니 못 맡긴다고 하고, 부하 입장에서는 맡겨 주지를 않으니 맘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양쪽이 다 일리가 있다. 현재 리더와 팀장 간의 관계의 질을 점검해보자. 충분한 empowerment가 일어나고 있는가? 당신은 어느 수준의 위임을 하고 있는가?

위임에는 단계별 수준이 있다. 1단계는 정보 수집하여 보고하면 결정은 리더가 하는 초보적 단계이다. 2단계는 정보 수집하여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이다. 3단계는 대안을 추천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 대안 중 결정하여 보고하면 리더가 승인하는 단계이다. 5단계는 먼저 결정하고 리더가 no 하지 않으면 실행하는 단계이다. 6단계는 실행하고 결과만 보고하는 단계이다. 7단계는 실행하고 실패할 경우에만 보고하는 단계이다. 8단계는 실행하고 보고를 요구하지 않는 단계이다

위임을 할 만해서 하는 위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신뢰의 힘을 이용하자. 신뢰할 만해서 하는 신뢰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라고 신뢰를 먼저 주는 것이 리더십이다. 초기에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것은 성장과 성과로 돌아올 것이다. 실무능력이 뛰어날수록 실천하기 힘든 딜레마다. 오 명 전 장관은 부하가 원고를 써주면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읽었다고 한다. "기대의 70%만 만족하면 됩니다. 못마땅해도 용인해주면 그것이 부하의 기로 소생합니다"라며 권한 위임의 힘을 설파한 바 있다.

그렇다고 위임이 만능은 아니다. 위임의 범위를 잘못 잡았을 경우에는 혼선과 리더십의 약화로 나타난다. 자신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과제나 칭찬이나 질책 같은 리더십의 핵심 행동 등은 위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네가 나보다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네 결정대로 하게. 재량껏 해보게." 권한과 책임을 공유할 때 신뢰가 싹트고 오너십이 생긴다. 상사가 못 마땅해하는 부하의 수동적 태도는 상사의 관리방식이 나은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 팀장은 직장 밖에서 자신의 삶과 연관된 중차대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온 하나의 성인이자 인격체임을 상기하자. 신뢰는 시스템 이상의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서로 믿고 의지할 때 우리 인간으로서 측정하기 어려운 무한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신뢰라는 날개를 달았을 때 그가 보여줄 가능성을 상상해 보라. 그의 수동성은 단지 상황이 만들어낸 비본질적 모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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