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등잔 밑의 창조경제 -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13-04-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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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라는 말은 뜬구름 같다. 여당 의원이든 공무원이든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주는 이가 없다. 어떤 이에게 들으면 벤처기업 육성정책 같기도 하고, 다른 이에게 들으면 이공계 국책연구소 확대정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어떻게 보면 영화나 방송 등 서비스산업 육성정책 같기도 하다. 그야말로 뜬구름 잡기다.

창조경제의 정체가 아리송한 것은 창조가 일어나는 현장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창조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성공시킨 사람들이 많다. 새마을 식당으로 성공한 백종원 사장은 좋은 예다. 그는 동그랗게 만 삼겹살에 대패삼겹살이라는 이름을 붙여 손님들에게 재미와 맛을 선사해서 성공했다. 실내에 대형 포장마차를 차린 것도 백종원 사장만의 창조적 실험의 결과다. 이같은 창조 덕분에 매출액 700억원, 가맹점 170개의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동네빵집의 공적처럼 되어 버린 파리바게뜨의 성공도 치열한 창조경영의 결과다. 이곳에서는 프랜차이즈 본부의 자동화된 공장이 밤에 가맹점으로부터 인터넷 주문을 받아, 밤새 생지(반죽)를 만들어서 새벽에 냉동 상태로 가맹점에 배달해준다. 가맹점은 배달받은 냉동 생지를 해동한 후 오븐에 구워서 손님들 앞에 내놓는다. 이 과정에 사용되는 IT와 자동제어기술, 그리고 효모의 활동을 제어하는 기술들이 모두 창조적인 시험과 시행착오의 결과들이다.

크게 성공한 기업들,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은 창조적이기 마련이다. 남들과 똑같이 구태의연한 방법을 이어나갔다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구름 위를 헤매는 것은 정작 창조적 경영에 성공한 기업들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가둬두기 때문이다. 새마을식당이든 파리바게뜨이든 업계의 최고들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족쇄를 채웠다.

이런 정책이 계속되는 한 창조의 의욕은 기대하기 어렵다. 창조란 실패의 위험을 달고 다닌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지 않던가. 실패의 위험이 큰 만큼 성공 시의 수익도 커야 사람들은 창조라는 위험한 도전에 나서려 한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 가맹점의 수가 늘어나는 것들이 모두 하이 리턴의 구체적 모습들이다. 매출액이 크다고, 가맹점수가 많다고,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족쇄를 채운다면 사람들은 창조에 나설 의욕을 잃는다.

창조경제의 특명을 받은 공무원들은 아마도 우주기술, 생체인식 기술, 나노 기술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을 듯하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마라. 거기에 돈을 쓰면 아마도 학술논문들은 많이 나올 것이다. 괜찮은 특허들이 나올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제조업의 몇몇 중소기업들이 약간의 도움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당이나 재래시장, 영화제작, 농업, 언론 등 한국의 가장 낙후된 산업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에는 거의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낙후된 산업이 낙후된 이유는 첨단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 상인이나 경영자들이 변화와 실험의 고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조적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 노하우를 다른 기업들, 식당들, 가게들로 퍼져나가게 만드는 일이다. 손님이 없는데도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식당들, 동네빵집들, 재래시장 상인들이 성공한 식당, 빵집, 마트의 방식을 모방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낙후된 분야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그 주인들의 소득도 올라갈 수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창조경제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진정 창조경제를 원한다면 구름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눈을 돌려 당신들 턱 밑, 등잔 밑을 보라. 수많은 창조의 떡잎들이 움트고 있다. 그들이 막힘 없이 자라날 수 있게 장애물들을 걷어내야 한다. 창조적 기업가가 박수를 받을 때에 진정한 창조경제가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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