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투자자 100만명시대] 전업투자자 전직 살펴보니…

입력 2012-08-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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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던 물’증권가 출신 대다수… 강남엔 자산가 많아

▲(왼쪽부터) 김정훈 전 한국투자증권 팀장,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지난해 말 기준 주식투자인구가 528만명에 달하면서 전업투자자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업투자자 100만 시대’라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재벌닷컴의 지난해 말 발표에 따르면 1816개 상장회사의 대주주 및 친인척,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단순투자 목적의 5% 이상 지분 보유 개인투자자는 10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주식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개인은 38명으로 36.2%를 차지했다.

이에 학생, 주부, 자영업자, 공무원, 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 출신들이 전업투자로 변신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일상화된 직장인들의 정리해고 등도 전업투자자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조차 이들의 출신 직종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업투자자라고 해서 특별히 등록을 필요로 하지는 않아 일반 개인투자자와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업투자자 역시 대부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정확한 전업투자자의 전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배운 게 주식’, 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

전업투자자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증권사 출신들이다.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주식에 대한 지식과 정보로 전업투자자로 나서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다른 직종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 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로는 ‘주식농부’로 잘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있다. 참좋은레져, 태평양물산 등의 지분을 소유한 박 대표는 어린 시절 집안의 가난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와 공장에 들어갔다. 4년 가까이 공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증권분석사 자격을 취득하고 증권정보지를 발행하는 등 시장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졌던 그는 대신증권에 입사해 증권가와 연을 맺었다. 이후 교보증권으로 옮겨 압구정 지점장, 영업부장 등을 지냈다.

그러나 증권사에서 시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매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회의를 느끼고 지난 2000년 회사의 만류를 무리치고 퇴사한다. 박 대표는 “증권사가 크게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지만 회사를 나올 때 과연 전업투자자로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고민과는 달리 현재는 전업투자자로 성공, ‘슈퍼개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신이 슈퍼개미로 불리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항상 내 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한다”며 “개인이 주식시장의 약자라고 하지만 기관 등에 비해 매매가 자유롭기 때문에 경쟁력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말 증권사를 그만 두고 전업투자자로 변신한 김정훈 전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증권가에 큰 충격을 줬다. 신영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DB대우증권 등을 거치면서 투자전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여러 번 이름을 날릴 정도로 ‘잘나가던’ 그였기 때문이다.

현재 지인과 강남 사무실에서 투자에 전념하고 있는 김 전 팀장은 “증권사에 다닐 때가 절대적인 업무는 많았지만 느끼는 긴장의 강도는 전업투자자가 훨씬 크다”며 “훈수만 두던 내가 운용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사는 인생 소신 있게 살고 싶었다”고 전업투자자로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투자대중화 시대…가지각색 전업투자자의 전직

증권투자가 대중화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투자정보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일반 직장인의 전업투자자로의 전업도 줄을 잇고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남산주성’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는 효성그룹 계열사에 과장으로 근무하다 전업투자자로 성공한 사례다.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장에 들어갈 것임을 직감하고 바로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투자에 뛰어들었다. 1억원이었던 초기투자금은 수십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제는 증권 관련 카페를 통해 투자자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하고 있다. 회원만 1만2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주식투자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전업투자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자금이 필요해 평범한 직장인 출신의 비율은 그리 많지 않다고 증권사 직원들은 귀띔한다. 강남 쪽 전업투자자들은 특히 자산가들이 많다.

박성훈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강남 PB는 “예전 고객 중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해주러 집에 갔다가 재벌가의 사위임을 알게 된 투자자가 있었다. 대외 직함은 사외이사였지만 실제로는 전업 투자자였다”며 “현재는 사채업으로 돈을 모은 뒤 전업투자를 하는 고객이 있는데 출신이 출신인지라 워낙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PB는 이어 “전업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투자를 자신이 결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증권사 직원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끼어드는 걸 싫어한다. 대형 전업 투자자들은 거래하는 금액이 워낙 크고 주로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종목을 추천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며 “업계 돌아가는 상황이나 계좌의 보안을 지켜주는 선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그랜드마스터 PB는 “대부분의 전업투자자 고객은 전직 대기업 고위직 출신이나 부동산 임대업자”라며 “치매예방을 위해 취미생활로 투자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할 목적으로 전업투자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 PB는 “대기업 출신은 인맥이 좋아서 정보취득이 빠르기 때문에 웬만한 애널리스트보다도 기업분석력이 뛰어나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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