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투성이 산업안전법, 기업 족쇄만 늘고

입력 2019-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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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작년 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일명 ‘김용균법’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재해가 주변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부가 공장 가동을 전면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경영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 강행함으로써 산업계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은 중대 재해 발생시 작업중지 명령과 함께, 도급인이 사업장 내 모든 산재를 책임지게 했다. 황산·질산·염산 등 화학물질 취급 작업의 하도급은 고용부 승인을 받도록 했고, 농도 기준도 1% 이상으로 규정했다. 건설공사 발주자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산재 예방, 배달 종사자의 안전·보건 조치도 의무화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대 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의 범위와, 명령요건인 동일한 작업 및 산재의 급박한 위험에 대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용부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공장이 세워질 수 있다. 도급인이 관리해야 할 사업장 범위와 영역도 불분명하다. 그동안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들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해주도록 요구해왔다.

화학물질 도급승인제 역시 위험한 작업의 하청을 정부가 직접 규제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도급인에게 지나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경총은 하도급 승인 화학물질 농도 기준 1%가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의 도급신고 기준 10%에 비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추락·질식·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을 때 외부의 하청 사업장 안전까지 도급인이 책임지도록 한 것도 비현실적이다.

중대재해 발생으로 작업이 중지되고 문제를 해결한 후 재가동은 까다롭다. 개정안은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하면 4일 내 심의토록 했다. 기업이 생산라인을 멈추는 것은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잠시만 가동이 중단돼도 수백∼수천억 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철강·석유화학 등 대다수 장치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작업중지 해제 심의에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또 4일이나 걸리는 것은 재가동이 한시가 급한 기업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런 모호한 법령으로는 산재와 관련한 경영 불확실성만 가중할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무엇보다 산재를 빌미로 작업중지 명령권이 남발되고, 툭하면 공장을 멈춰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중지 명령이 어느 범위까지 내려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부실투성이의 산업안전법이 기업활동에 또다른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법 시행 이전에 빨리 보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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