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가와 회사는 별개다

입력 2018-09-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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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자본시장부장

#올해 초 한 소프트웨어 기업 보고서를 냈던 애널리스트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잡주를 추천했냐고. 문제가 생기면 뒷감당이 쉽지 않을 거 같다”고.

그가 답했다. “솔직히 사업 전망은 어둡다. 실적도 내리막이고, 산업환경도 좋지 않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이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분석 보고서의 요지는 “현재 이 기업은 상황이 나쁘다. 하지만 신규 사업이 성공할 경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였다.

#국내 모 증권사에서 IT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주가가 급등할 때는 할 말이 많지 않다. 펀더멘털만 보자면 더 올라갈 것 같지만, 단기 급등 부담이 클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때는 투자 의견을 내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애널리스트와의 대화의 단골 주제는 당연히 주식이다. 다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문가들이어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를 주도한다. 전개 논리는 좀 다르지만 대부분 “한국 주식은 여전히 저평가 상태”, “주가는 그 나라의 경제나 기업가치의 반영”, “회사를 보면 주가가 보인다” 같은 뻔한 결론으로 귀착되곤 한다.

우문에 현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이 뻔한 대답에 투자 실패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 본다. 나름 주식시장 언저리에서 20년 가까이 옵서버 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주가는 회사의 내용과는 별개”다.

실제 회사만 바라보고 매매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이유는 각자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알 수 있다.

“전망이 좋다고 해서 샀는데 반토막이 났다”거나 “악재가 나와서 팔았는데 주가가 치솟는다.” 개인투자자들의 흔한 하소연이다. 정작 중요한 주가 자체는 놔두고 회사의 내용에만 매달렸으니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다. 주가의 적정 가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다. 많은 투자정보와 분석 리포트의 주된 내용은 회사의 적정가치를 겨냥한다.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면 부풀려지게 마련이고, 신기술이 개발되면 목표주가는 껑충 뛴다. 회사가 좋아지면 주가가 올라간다는 것을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부추김에 일반 투자자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것을 뒤집어 생각한다는 것은 이상할 지경이다.

실제 매수, 매도 타이밍과는 맞지 않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인정한다. 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이 단기적 매매 타이밍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중장기 모멘텀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개인투자자들이 리포트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문제는 국내 리서치센터가 브로커리지 영업을 위해 운용된다는 점에 있다. 주요 타깃 고객층은 운용사 등 국내의 주요 기관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덜하지만 증권사 대부분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애널리스트가 담당 종목에 대해 팔라는 얘기를 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당장 지점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분석 보고서는 투자 판단의 참고사항으로만 삼아야 한다. 현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그 보고서에 숨은 내면의 의미도 파악해야 한다. 절대적인 불신도 좋지 않지만 분석보고서만 믿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

<사족> 주가는 회사와 전혀 별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회사와 완전히 별개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할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주가는 반려동물에 불과하다. 주인인 회사가 산책 갈 때 따라 움직이는. 대부분 개는 크게 앞서 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한다. 주가도 회사의 내용에 따라 과민반응을 한다. 때로는 길 잃은 개처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기도 하고 바닥을 모를 정도로 빠지기도 한다. 주인은 별 움직임이 없는데도 말이다. 회사만 보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기 쉬운 이유다. 그래서 주가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 낫다. 적어도 주가에 대한 편견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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