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정규직 전환 1년 명과암]정규직ㆍ비정규직도 아닌 ‘2차 정규직’ 또 다른 차별의 시작

입력 2018-08-20 10:37 수정 2018-08-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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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기간 정해져 있지 않을뿐 임금·승진·근로조건 정규직보다 못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일까 아닐까.

무기계약직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맺는다. 정부는 정규직으로 본다. 그러나 정규직과 연봉체계와 고용조건은 전혀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금융권도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5월 내놓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완전한 ‘정규직’ 대신 무기계약직을 새로 만들어 고용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금융공공기관과 시중은행은 ‘사무 보조직’, ‘특정직’ 등 무기계약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기존 정규직 연봉 체계 등에 편입하지 않고, 새로운 보직을 만든 셈이다.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그마저도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화 논의에서 파견·용역 근로자는 논의 대상에서 뒤로 밀리기 일쑤다. 논의 대상에 들더라도 간접고용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정규직과 같은 듯 다른 ‘무기계약직’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고려대 노동대학원연구소에 의뢰한 ‘금융산업 분야 2차 정규직 노동실태 및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지적이 나온다. “무기계약직은 형식적으로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실질적으로 급여체계와 근로조건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는 차별에 따른 법적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임금수준과 승진체계 등은 정규직과 다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에서 일반 정규직과 ‘2차 정규직(무기계약직 등)’의 평균 임금 수준 차이는 18.5~48.4%까지 났다. 특히 승진제도와 인사에서 다른 처우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고서 설문조사를 보면 △민주적 의사결정 △인력 충원 △공정한 승진 △공정한 인사평가 △직무 범위 준수 모두 부정적인 의견이 긍정보다 많았다. 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복지는 정규직과 같고 연봉은 직무별로 다르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별도 직군 신설하고 승진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영역(무기계약직)이 만들어졌다”며 “과거보다 미미한 개선이지만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덮는 효과는 크다”고 지적했다.

◇‘노사 합의’ 뒤에 가려진 파견·용역 노동자 =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용역 노동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파견·용역 노동자는 직접 고용이 아닌 파견·용역업체 직원들을 받아 관리·감독하는 간접 고용 방식이다. 통상 비서와 운전기사, 시설관리, 경비, 청소 등에 종사한다. 정부는 이들 역시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용역직의 정규직화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정규직(또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권고한 기간제 노동자와 달리 파견·용역직은 ‘노사 및 전문가 합의’를 앞세운 탓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조세부담과 공공부문 경직성, 형평성 등 국민 우려가 있다”며 “기관 단위에서 기관별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6월 기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파견(196명)·용역(271명) 등 총 467명을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하고 있다. 전체(1647명)의 28.3%다. 기업은행은 파견(61명)·용역(820명)·하도급(906명) 등 총 1787명의 소속 외 인력을 사용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정원(1만2721명) 가운데 14%에 달한다. 수출입은행도 전체(1008명) 중 17%(175명)를 소속외 인력으로 뒀다. 2016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서 민간 부문 파견·용역 비중이 전체의 4.5%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노사 간 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지만 지지부진하다. ‘자회사 설치’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사측은 비용절감 등 이유로 자회사를 설치해 고용하기를 원한다. 노동자 측은 사실상 ‘꼼수’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한다. 기업은행은 9월 자회사를 세워 파견·용역직 정규직화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100% 전환은 힘들어 보인다. 기업은행은 이 방안에 동의한 6개 직군 중 4개 직군 1500명만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배재환 기업은행 노동자 대표단 간사(경비직군)는 “노동자 대표 10명 가운데 8명이 파견·용역 대표고 나머지 2명은 정규직 노조 간부, 전문가 3명은 기업은행의 업무를 맡았던 노무사와 변호사로 구성됐다”며 “20명 가운데 8명만이 우리 목소리를 대변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앞선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회사 고유 업무랑 관련 없이 부대 업무를 한다”며 “회사가 직접 고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은 애초에 소속 외 인력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논외로 추진 계획이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는 몰라도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파견·용역직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공공기관의 효율화 전략이 ‘외주화’”라며 “처우와 복지가 불안정해서 문제인 것이지 노동자 신분이 정규직인지 아닌지는 핵심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논의 중심으로 둬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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