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환수로 희비 엇갈리는 강남 재건축 단지

입력 2018-01-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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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환수 제외지역은 돈방석, 환수 대상 사업 기반 흔들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인간 세상에서 회자되는 팔자소관의 의미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종종 인지되고 있다. 환경이 형편없어 기피지역으로 꼽히던 동네가 어느 날 개발계획이 수립되면서 금싸라기 땅으로 팔자가 바뀌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지도 못한 신설 도로가 개설됨에 따라 기존 도로변 상가들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하루 만에 운명이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접수를 한 곳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대상에서 빠져 황금 알을 낳게 됐고 서류 제출 시한을 놓친 단지는 엄청난 부담금으로 인해 사업 기반이 흔들릴 판이다.

부담금 환수 대상에서 빠져 희색이 만연한 단지는 강남권의 개포 1단지, 반포 1단지, 신반포 13차, 미성·크로바, 진주아파트 등이 꼽힌다. 반면에 부담금 면제 문턱을 못 넘어 우울한 지역은 잠실 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 아파트와 쌍용 아파트, 압구정 한양아파트,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등이다.

불가피한 자연 현상이라면 몰라도 인간이 만든 제도가 사활(死活)을 가린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불이익의 강도가 심하지 않는 일이라면 몰라도 개인 당 수 억원의 돈이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판가름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그렇지 않은가. 집의 노후도가 훨씬 심한데도 일정 시한 내 관리처분인가 서류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재건축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건물이 멀쩡한데도 한발 앞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떼돈을 벌게 하는 제도는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당초 박근혜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유보했던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재건축 바람이 일어 집값을 부추겼다.

사실 도시를 개발할 때 스카이라인 조화나 기반시설 등을 감안해 지역별로 밀도를 결정했다. 저·중·고밀도를 따져 건물 층수가 정해졌다. 단독주택지를 비롯해 5층,10층,15층 아파트 단지 등은 이런 기준으로 개발됐다.

그래서 5층짜리 저밀도 지역은 택지 값을 싸게 해줬고 반대로 15층 규모의 고밀도는 비쌌다. 이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도 달랐으며 완공 후 시세차이도 많이 났다. 저밀도보다 고밀도 아파트값이 훨씬 비쌌다는 얘기다.

그랬던 운명이 재건축 제도로 인해 확 바뀌었다. 5층이든 15층이든 똑 같이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바람에 땅 지분이 많은 저밀도 단지는 돈벼락을 맞았다. 재건축 제도가 없었다면 생길 수 없는 일이다.

대규모 저밀도 단지였던 서울 잠실주공 1~4단지를 비롯한 청담 도곡· 반포·화곡 지구가 그런 행운을 얻었다.

여기서 생각을 해보자. 어떻게 5층 단지나 15층 아파트를 모두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인가해줄 수 있느냐는 소리다. 재건축 건물 높이 기준이 30층이라고 할 때 단순히 층수만 쳐도 5층 단지는 6배, 15층은 2배 이익을 얻는 셈이다. 이는 싼 분양가 혜택을 받은 저밀도 단지가 오히려 더 큰 이득을 보는 구조다. 도시 조화를 생각했다면 저밀도 지역을 초고층으로 허용하지 말았어야 옳았다. 공급 확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개발이익이라도 철저히 환수했어야 했다.

결국은 노무현 정부 들어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저밀도 단지를 황금 덩어리로 만들어 준 것은 당시 주택 정책에 관여한 사람들의 큰 패착임은 분명하다.

이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에 따른 사후 처리 방식도 매끄럽지 못하다. 너무 행정 편의적이고 단편적이다. 환수제 부활 조치가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사안이라면 환수 대상에서 빠진 단지도 그냥 나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강하다. 분양가 상한제 등을 적용해 너무 가격을 올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나. 먼저 부담금 적용 단지와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개발 이득 차이가 너무 크다. 관련 서류를 제때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혹한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다 같은 재건축 대상인데도 어느 곳은 엄청난 개발이익을 허용해주고 그렇지 않은 단지는 사업 자체가 망가질 정도로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너무 심한 조치라는 비난이 나온다. 개발이익 환수 대상 단지 조합원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소리다.

또 다른 이유는 재건축 희소가치로 인해 부담금 제외 단지 아파트값은 더욱 높이 뛸 소지가 많다. 가뜩이나 재건축 허용 연한을 40년으로 환원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환수제 대상이 아닌 아파트단지 몸값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 되레 가격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며칠 전 국토교통부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초과이익환수금액을 추산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더욱 시끄러워졌다.

국토부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재건축 사업을 할 때 조합원 평균 추가 부담액은 4억3900만원이고 특정 단지는 최고 8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물론 이번 추정자료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지만 그동안 조합 측이 조합원에게 내 놓은 금액과 격차가 너무 심해 조합원의 반발이 거세질 것 같다. 어쩌면 조합원 간의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 또는 좌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담금에서 빠진 재건축 단지는 희소가치까지 더해져 앞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대표주자로 군림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만큼 가격 상승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는 부동산에도 운명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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