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혼 급증 시대 새 풍경… '할머니 면접교섭권' 공방

입력 2017-10-23 08:56 수정 2017-10-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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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과 이혼 급증으로 육아방식이 달라지면서 법원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부모가 재혼할 경우 아이를 대신 양육해온 조부모와의 만남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1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신모 씨가 사위 이모 씨를 상대로 낸 면접교섭 허가 심판 항고심에서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에 따라 신 씨는 외손주 이모(5) 군을 월 1회 만날 수 있다. 법원이 조부모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첫 사례였던 이 사건은 양측이 재항고하지 않아 최근 확정됐다.

1심은 신 씨가 이 군을 매월 첫째, 셋째주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만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외할머니 신 씨가 친모를 대신해 3년 가까이 깊은 유대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온 경우라면 이를 아버지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단절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와 건전한 성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씨는 "이 군이 새엄마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면 이 군이 자신의 친모가 따로 있고 자신의 출생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 군의 복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그사이 조부모 면접교섭권은 법적 권리로도 인정됐다. 올해 6월부터는 민법 개정으로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할머니 등 직계존속도 면접교섭권을 독자적으로 인정받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녀의 부모가 면접교섭권을 불가피하게 행사할 수 없는 경우 할아버지·할머니 등에게도 면접교섭을 인정함으로써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가족 간 유대가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항고심 재판부도 법 개정에 주목했지만, 강제수단이 한정돼 있어 이 씨를 최대한 설득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면접·출장조사 및 조정조치기일 등 절차가 복잡하게 진행돼 항고심만 1년 7개월여 걸렸다. 하지만 아직은 할머니와의 만남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위의 입장이 완강해서 월 2회 만남에서 월 1회로 횟수가 줄어들었다.

국회에서는 손자녀와의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일 이내 범위에서 감치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 중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내용이다. 현행 법 제도에서는 면접교섭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강제방법이 없다.

반면 조부모 면접교섭권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우선인 현대 가족의 개념에 반한다'는 법조계 지적도 있다. 조부모가 손주를 만날지 말지 여부는 법적인 권리로 강제할 게 아니라 도덕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씨를 대리한 한진철 변호사는 "면접교섭은 판결이랑 달라서 친권자 의사가 아이를 못보여준다고 했을 때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더 다툴 생각은 없고 할머니가 아이를 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이 이렇게 나와도 관계가 개선되면 만남 횟수는 늘어날 수 있다"며 "아이가 지금은 많이 어리지만, 나중에라도 아이 의사에 따라 왕래가 가능하니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씨와 결혼한 신 씨의 딸은 2012년 3월 이 군을 출산한 직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외할머니인 신 씨의 집에서 이 군을 양육해온 이 씨는 재혼을 하기 위해 2015년 1월 독립했다. 이 군과 함께였다. 그러자 신 씨는 3년 가까이 양육해온 외손주를 만나게 해달라며 법원에 면접교섭 허가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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